"노동당 승리 아닌 보수당 패배"…英, 14년만에 정권 교체
첫 여성 재무장관 등 예비 내각 거의 그대로
고물가 등 과제 산적…해결 자원은 글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글로벌 정치 구도가 재편되는 가운데 영국 총선에서 제1야당 노동당이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영국 신임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선거 기간 공약한 부의 창출과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 회복, 더 안전한 국경, 청정에너지 강화, 인프라 확충 등을 다시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내각 구성에 착수해 내각 주요 장관을 발표했다. 앤절라 레이너가 부총리 겸 균형발전·주택 장관,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레이철 리브스가 영국 역사상 첫 재무장관에, ‘미국통’ 데이비드 래미가 외무장관,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내각에서부터 경력이 쌓인 존 힐리를 국방장관에 기용됐다. 제1야당 시절 노동당에서 구성한 예비내각 인사를 대거 그대로 기용해 즉각적인 업무 추진 의지를 표했다.
지난 4일 실시된 조기 총선 최종 결과 하원 650석 중 노동당은 412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끈 집권 보수당은 1985년 창당 이래 가장 적은 의석 수인 121석을 얻었다.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은 71석,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은 5석을 확보했다.
투표율은 지난 2019년 총선 67.3%보다 낮은60.0%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주류 정치에 대한 민심의 불만을 시사한다고 외신들은 봤다.
앞서 수낵 총리는 보수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난 5월 22일 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했다. 6주 동안 선거 캠페인을 통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나 반전은 없었다. 유권자들은 노동당에 표를 던져 보수당에 대한 불만의 뜻을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권자들은 치솟는 물가, 높은 금리, 정체된 임금, 과부하된 공공 서비스에 대해 분노했다”면서 “그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변화에 굶주려 있다”고 이번 총선을 평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존 커티스는 “이번 선거는 노동당이 승리했다기보다는 보수당이 패배한 선거처럼 보인다”고 영국 방송 BBC에 말했다.
차기 총리 스타머는?…“따분하지만 실용적”
1962년생인 스타머는 런던 외곽 노동계급 출신이다. 넉넉하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가족 중 첫 대학 졸업생이 됐다.
리즈대,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2008년부터 5년간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냈다.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 입문했다. 52세 늦깎이 정치인이었지만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을 거쳐 2020년 4월 노동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당 대표로서 노동당을 중도 성향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 대표에 대해 “진지하고 실용적이며 카리스마나 스타성은 없다”면서 “의회에 입성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주요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고 평했다.
새 의회 공식 개원식과 국왕의 국정연설은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스타머의 총리로서 첫 해외 일정은 오는 9~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토 및 우리의 핵 억지력에 대한 흔들림 없는 헌신’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스타머는 회의에서 나토 동맹국과 협력 강화 의지를 보일 예정이다.
14년 만에 정권을 이어받은 만큼 스타머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미국·유럽과의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 외교 사안 외에도 전공의 파업, 영국 우체국인 로열메일의 해외 인수 등도 즉각적인 관심이 필요한 국내 문제들이다. 특히 민심이 분노한 고물가, 공공부문 실패 등은 경제 성장 둔화와 재정 적자로 해결이 쉽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스타머 정부는 차기 총리 가운데 가장 많은 문제들을 안고 정권을 잡았으며 이를 해결할 자원은 거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노동당과 영국 국민들의 취임 초기 정치적 밀월인 ‘허니문 기간’은 짧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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