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배신' '좌파' '읽씹', 한심한 집권당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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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올해 초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명품가방 문제와 관련해 당시 당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대국민사과를 포함해 어떠한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윤 대통령을 검사 상관으로 모시던 시절 김 여사와 문자를 자주 주고받을 만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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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올해 초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명품가방 문제와 관련해 당시 당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대국민사과를 포함해 어떠한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일로 사태 해결의 적기를 놓치고 당정 갈등이 불거져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윤(친윤석열) 쪽에선 김 여사 문자를 보고 무시한 한 후보의 이른바 '읽씹'이 대통령 부부와의 인간적 신뢰마저 저버린 처신이라고도 비난한다. 한 후보는 윤 대통령을 검사 상관으로 모시던 시절 김 여사와 문자를 자주 주고받을 만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가 정치적 야욕에 사로잡혀 그동안 자신을 아끼고 키워준 윤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는 '배신자론'과 같은 맥락이다.
한 후보의 설명은 정반대다. 김 여사의 문자가 여러 사정상 사과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읽씹'에 대해선 대통령 부인과 사적인 방식으로 당무를 처리한다는 게 부적절해 답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원칙론으로 맞섰다. 한 후보는 상대 후보 측에서 인격적 결함을 거론하자 "누가 보더라도 나를 막기 위한 시도"라며 특정세력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제기했고, 그러자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7일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반격에 나섰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당권을 놓고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이전투구가 여당에서 벌어지는 것은 일찍이 없던 일이다. 이 밑바탕엔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정관계 악화로 윤 대통령의 국정 추진을 저해할 것이라는 여권 주류의 우려가 깔려 있다. 친윤 성향의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연판장을 돌려 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할 움직임을 보인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대통령 부인의 문자가 뒤늦게 튀어나오고, 그것이 당권 경쟁의 최대 변수가 된 여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정권 재창출에 한 뜻이 돼 쇄신 방향을 논하고 정책과 비전 경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좌파니, 배신자니 하는 험구만 오가니 국민에게 감동을 줄 리 만무하다. 야권이 절대 과반으로 입법권력을 틀어쥔 상황에서 여권이 가진 무기라면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는 정책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가 유일하다. 그러나 전당대회 양상을 보면 여권 전체가 총선 참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전대 이후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오는 2027년 3월 차기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권력누수 없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2년 남짓에 불과하다. 지금은 당권 주자들이 낯 뜨거운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지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일 때다. 여권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이 유치하고 졸렬한 싸움을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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