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도 친명일색..."이재명, 김대중 버금가는 당내 영향력 확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이재명 일극체제'가 다음달 전국당원대회를 기점으로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도전과 함께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선거에도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도 대거 출사표를 냈다. 이 전 대표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강력한 당내 리더십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르면 8일, 늦어도 전당대회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0일 전에 당 대표 연임을 위한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출마를 위해 지난달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압도적인 총선 민심을 바탕으로 무능한 정부 대신 민생을 책임지고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출마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을 비롯한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독주·사당화 우려가 있어 출마를 결심했다는 김두관 전 의원이 당내 소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승부의 추가 이미 기울었단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전당대회서 뽑는 선출직 최고위원은 총 5명인데 출마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인 인사만 10여명인데, 사실상 전원이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이 전 대표와의 친밀감을 강조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선언을 한 이언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권에 맞서 싸우던 제게 힘을 합치자고 도와달라고 했던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당원동지께 승리를 가져다주고 싶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도는 제가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당내 친문(친문재인) 패권을 비판하고 탈당했던 이 의원은 4·10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의 권유로 복당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복당 기자회견 직후 이 전 대표와 면담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고향에 돌아오신 걸 환영한다"며 이 의원을 크게 반겼다. 이후 이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논평 제목에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발언한 김병주 의원도 친명계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존재감이 미약하단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해당 발언 후 개딸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됐다. 강경친명계로 꼽히는 강선우 의원은 출마선언 당시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고,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86 운동권 인사들 중 대표적인 친명계인 김민석 의원과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수행실장과 당 홍보위원장을 지낸 한준호 의원도 최고위원직에 도전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영입 인재로 합류한 초선 이성윤 의원도 출사표를 냈다. 자신을 "친문(친문재인)이자 친명"이라고 소개해 온 전현희 의원은 8일 출마의 변을 밝힐 계획이며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단장을 맡은 민형배 의원도 출마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 의사를 밝힌 원외 인사도 친명계 일색이다. 4·10 총선 전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이 전 대표가 마지막까지 옹호했던 정봉주 전 의원,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낼 당시 비서관으로 발탁돼 대선·재보궐선거를 함께 치른 뒤 현재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직을 역임한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 등이 출마선언을 마친 상태다.
현역 기초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박완희 청주시의원은 친명 인사들이 주축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충청권역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기도 내 지자체장으로서 정책 연대를 펼치며 대표적인 친명 지자체장으로 자리한 최대호 안양시장도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후보자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8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당 대표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측근들로 꾸려진 최고위원 예비후보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도한 일극체제에 따른 역풍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을 택한 한 범야권 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지난해 국민의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 여러 차례 이 전 대표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빗대 치켜세운 바 있다"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이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 정도 권한을 가져본 전례가 없다. 지난 총선 때 나타난 '비명횡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겉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오죽했으면 김두관 전 의원이 패배할 줄 알면서 출마를 결심했겠느냐. '이재명 시즌2'는 시작되겠지만 과도한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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