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도 친명일색..."이재명, 김대중 버금가는 당내 영향력 확보"

김도현 기자, 차현아 기자 2024. 7. 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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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이언주 의원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2024.7.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이재명 일극체제'가 다음달 전국당원대회를 기점으로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도전과 함께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선거에도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도 대거 출사표를 냈다. 이 전 대표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강력한 당내 리더십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르면 8일, 늦어도 전당대회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0일 전에 당 대표 연임을 위한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출마를 위해 지난달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압도적인 총선 민심을 바탕으로 무능한 정부 대신 민생을 책임지고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출마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을 비롯한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독주·사당화 우려가 있어 출마를 결심했다는 김두관 전 의원이 당내 소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승부의 추가 이미 기울었단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전당대회서 뽑는 선출직 최고위원은 총 5명인데 출마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인 인사만 10여명인데, 사실상 전원이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이 전 대표와의 친밀감을 강조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선언을 한 이언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권에 맞서 싸우던 제게 힘을 합치자고 도와달라고 했던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당원동지께 승리를 가져다주고 싶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도는 제가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언주 전 의원과 차담회를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공동취재) 2024.2.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2017년 당내 친문(친문재인) 패권을 비판하고 탈당했던 이 의원은 4·10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의 권유로 복당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복당 기자회견 직후 이 전 대표와 면담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고향에 돌아오신 걸 환영한다"며 이 의원을 크게 반겼다. 이후 이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논평 제목에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발언한 김병주 의원도 친명계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존재감이 미약하단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해당 발언 후 개딸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됐다. 강경친명계로 꼽히는 강선우 의원은 출마선언 당시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고,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86 운동권 인사들 중 대표적인 친명계인 김민석 의원과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수행실장과 당 홍보위원장을 지낸 한준호 의원도 최고위원직에 도전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영입 인재로 합류한 초선 이성윤 의원도 출사표를 냈다. 자신을 "친문(친문재인)이자 친명"이라고 소개해 온 전현희 의원은 8일 출마의 변을 밝힐 계획이며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단장을 맡은 민형배 의원도 출마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 의사를 밝힌 원외 인사도 친명계 일색이다. 4·10 총선 전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이 전 대표가 마지막까지 옹호했던 정봉주 전 의원,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낼 당시 비서관으로 발탁돼 대선·재보궐선거를 함께 치른 뒤 현재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직을 역임한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 등이 출마선언을 마친 상태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강선우 대변인. 2023.07.23. 20hwan@newsis.com


현역 기초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박완희 청주시의원은 친명 인사들이 주축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충청권역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기도 내 지자체장으로서 정책 연대를 펼치며 대표적인 친명 지자체장으로 자리한 최대호 안양시장도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후보자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8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당 대표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측근들로 꾸려진 최고위원 예비후보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도한 일극체제에 따른 역풍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을 택한 한 범야권 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지난해 국민의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 여러 차례 이 전 대표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빗대 치켜세운 바 있다"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이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 정도 권한을 가져본 전례가 없다. 지난 총선 때 나타난 '비명횡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겉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오죽했으면 김두관 전 의원이 패배할 줄 알면서 출마를 결심했겠느냐. '이재명 시즌2'는 시작되겠지만 과도한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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