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참석하는 윤 대통령,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표명할까?
북·러 조약 등 밀착 규탄 메시지 발신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방안 가능성
전자전 장비 및 정찰 무인기 등 거론
나토와 사이버안보 등 협력 방안 논의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체결한 조약 등 북·러 군사협력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맞물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0~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 자격으로 참석한다고 7일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22년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초청을 받아 3년 연속 자리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10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5개 이상 나토 회원국들과 양자 회담을 개최한다. 11일에는 IP4 국가인 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과 회의를 진행한 뒤, 미국 등 나토 회원국이 참석하는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나토가 미국·유럽의 5개 싱크탱크와 공동주최하는 ‘나토 퍼블릭 포럼’의 인도·태평양 세션에서 단독 연설한다.
전자전 장비 및 정찰 무인기 지원 가능성
윤 대통령과 나토 정상 등 참가국들은 북·러가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으면서 군사협력을 강화키로 한 점을 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그간 러시아에 포탄 등 전쟁물자를 지원한 점을 상기하며 비판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토 32개 동맹국 차원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차원에서도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북·러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 동맹국들과 IP4 간의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한·미나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북·러 조약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이 의제로 다뤄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을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살상무기 지원까지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앞서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의 향후 행보를 전제로 달았다. 아직 러시아가 북한이 주요 군사기술 등을 이전했다는 정황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러시아의 전파 교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전자전 장비나 감시·정찰용 무인기 등을 지원할 뜻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나토 측도 그간 한국에 “어떤 지원도 환영한다”고 밝혀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한국이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았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기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전자전 장비 등 비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건 러시아도 어느 정도 용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가 북한과 조약에 따른 협력을 본격화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IP4 국가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개국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지원 확대를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지뢰제거 장비 등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한국, 나토와 군사기밀 공유 등 논의할 듯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나토와 IP4 간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특히 나토와 IP4의 사이버 안보 등과 관련한 협력을 명시한 ‘공동문서’가 작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한국과 나토는 별도로 군사기밀 정보 공유와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와 사이버 방위 등 11개 분야에서 협력을 제도화하는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를 체결했다. 또 한국이 나토의 ‘바이시스’(BICES·전장정보 수집활용 체계)에 가입하는 것도 추진키로 했다. 바이시스는 나토 동맹국과 파트너국이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전산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나토가 지난해 회의 이후 심혈을 기울여 온 전장 정보나 군사정보의 공유, 사이버 협력 강화 등에 대해 제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나토가 IP4를 초청한 건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나토는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90개 항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 등 6곳에서 중국을 언급했다. 나토는 이미 2022년 12월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하면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중국은 러시아에 직접적으로 무기를 지원하지 않지만, 군수물자 수출을 통해 간접 지원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을 두고 “대만과 그 주변국, 남중국해를 위협하고 있다”며 “대중국 압박 강화와 아시아 지역 안정을 위해 4개국(IP4)과 협력관계를 내실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간 한국 등 IP4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며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 이후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8~9일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찾는다. 존 아퀼리노 사령관의 군사·안보 브리핑을 받고 사령부 장병들도 만난다. 한국 대통령이 인태사령부를 방문하는 건 29년 만이다. 인태사령부는 주한미군사령부를 관할한다. 한국에 전개되는 전략폭격기, 핵추진잠수함, 항공모함 등 주요 전략자산을 운용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비난 메시지를 내거나 무력시위 등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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