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문제를 해결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2024. 7. 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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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숭실대 겸임교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다 보면 특정한 조건에 따른 답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이 특히 그렇다. 복잡한 수학문제를 해결하려면 숨어 있는 조건을 잘 찾아내는 것이 풀이의 시작인 경우가 허다하다. 통계가 만능인 것처럼 쓰이는 경우에도, 일부의 표본 데이터로 전체를 어림 잡아보려는 시도에는 가정이라는 조건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한 교과서적인 가정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실제 세상에서는 좀처럼 맞지 않는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보여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통계는 표본 오차가 통상 5% 내외라고 간주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예측력을 보여주었다. 과거의 출구조사 결과가 신뢰할 만 해서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했을 수도 있다. 이번 총선의 출구조사에서는 역대 최고의 30퍼센트에 이르는 사전투표의 데이터를 제외한 조건이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사전투표 때에도 출구조사를 했더라면 완전한 출구조사가 됐을 것이다. 물론 사전투표의 출구조사 정보는 본 투표의 출구조사 정보와 합치기 전까지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이와는 반대되는 작은 사례가 있다. IT컨설턴트인 임영채가 저술한 '성공 구조를 만드는 시스템 설계자(2024)'에서 인용한 야구선수 류현진의 부상 극복 사례가 색다르다. 통상의 운동선수들은 부상을 당했을 때 치료와 재활을 거쳐 다시 현장에 복귀하는 수순을 거치는데, 류현진 선수는 어깨수술 후에 이전과 같은 투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경쟁력 강화를 꾀하게 되었다고 한다. 류현진 선수는 부상 전까지 직감 투구로 승부를 해도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재활이후에는 상대편을 데이터로 분석해서 사전에 전략을 세우고 코치와 논의하고, 투구 후에는 내용을 기록해서 전략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변화를 꾀했다고 한다. 상대편 타자의 전부를 분석해서 전략을 세우는 방법은 가히 빅데이터를 사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 데이터의 사용, 사전 전략, 코치와의 신뢰도 구축 그리고 기록으로 피드백을 하는 프로세스를 실천함으로서 안정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상대할 선수 전원에 대한 분석을 했으므로 어떠한 조건이 개입되지 않았다. 상기의 두 가지 사례는 조건의 유무가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느냐 마느냐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거에서 상세한 전략을 세우려면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성별, 나이별, 지역별로 나누어서 100여개 이상의 구분이 나오게 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MZ세대의 여자로 한정하는 특정 집단을 위한 선거 공략을 만들어야 한다면, 이미 3개의 조건을 사용해서 대상범위를 좁혔으므로 상당히 유효한 전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보여준 출구조사처럼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는 조건의 영향력이 크다면 의도한 바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조건을 더해가면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 조건 안에서는 더 정확한 좁은 의미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반대로 숨어 있는 조건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면 일반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은 좋은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각종 조건을 잘 활용하는 무대다. 자원관리, 생산, 마케팅, 인사 등의 데이터를 쌓아 놓고 필요한 분석을 하느라 밤을 새기 일쑤다. 회장이나 사장이 어떠한 질문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자료를 준비한다. 조건의 종류가 부지기수로 많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격을 10퍼센트 올리면 매출에 영향을 받는 지역은 어디인가? 재고비용을 15퍼센트 줄이면서 매출에 영향이 없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조조정을 5퍼센트 해야 하는데 영업이익을 최대화하는 부서별 조정 인원은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담당 부서가 일주일을 소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데이터만 정확히 준비되어 있다면 인공지능(AI)과 함께 하는 현재는 실시간으로 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AI가 제공하는 답이 확실히 맞는지 의미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전문가는 있어야 한다. 조건을 어려워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교한 질문과 즉각적인 대답을 얻는 시기에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동철 숭실대 겸임교수 dongchulx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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