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판장 내로남불?' 원조 피해자 나경원이 한동훈 편 안 드는 이유

강윤주 2024. 7. 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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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원희룡 후보)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입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덮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연판장 사태를 둘러싸고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전당대회 연판장의 원조 '피해자'였던 나 후보가 제2의 연판장 사태로 수세에 몰린 한 후보 편을 들지 않고 중립 기어를 박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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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전대 연판장에 불출마 羅
이번엔 "패배 브라더스 진풍경" 
한동훈-원희룡 '모두까기' 비판
"韓은 최대 계파" 희생양 프레임 경계
진흙탕 전대 중립 표심 노렸나 분석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가 주최한 당대표 후보 초청 릴레이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나경원 캠프 제공

"(한동훈, 원희룡 후보)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입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덮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연판장 사태를 둘러싸고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나 후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다가 친윤(친윤석열)계 초선 의원 48명이 돌린 연판장에 불출마 압박을 받고,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전당대회 연판장의 원조 '피해자'였던 나 후보가 제2의 연판장 사태로 수세에 몰린 한 후보 편을 들지 않고 중립 기어를 박은 것이다.

우위를 달리고 있는 한 후보의 기세를 꺾는 게 급하다는 판단에 더해 친윤계와 친한계 계파싸움에 거리를 두면서 당내 중립 표심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 캠프는 한 후보가 자신이 당했던 핍박받는 '희생양' 프레임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전대 파동의 본질은 '거대 계파 친한계의 김건희 문자 무시 사태'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패배 브라더스" 한동훈-원희룡 둘 다 때린 나경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에게 각각 위촉장과 임명장을 수여한 뒤 퇴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제2의 연판장 사태 이후 나 후보의 첫 반응은 '한-원 모두까기'였다. 나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래서 그들은 총선을 졌던 것"이라며 연판장 사태의 대립 축에 있는 두 후보를 동시에 저격했다. 지난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후보와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다 패한 원 후보 모두를 향해 선거 책임론을 꺼내 든 것이다.

진흙탕 갈등에도 '양비론'을 취했다. 나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의 당사자인 한 후보에 대해 "어설프게 공식-비공식 따지다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가 그토록 바랐던 김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고 지적했다. 친윤계 일부 원외당협위원장들이 한 후보 사퇴 촉구 연판장을 준비한 움직임 관련해서는 원 후보를 겨냥해 "이 와중에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냐"고 꼬집었다.


"친한계는 거대 계파"...韓 희생양 프레임 활용에 선긋기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국민의힘 한동훈(왼쪽 두 번째부터)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연판장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후보 자신도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비슷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당시 친윤계가 나 후보를 주저앉히면서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반면 나 후보 측은 "친한계야말로 현재 당내 가장 거대한 계파이자 권력 중 하나"라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후보는 나 후보와 달리 이미 다수파인 만큼 계파 간 주도권 다툼에 희생당할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민수 캠프 대변인은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기자회견이 자발적 의사 표현이라면 모르겠으나, 만약 이 역시 또 다른 계파의 줄 세우기 일환이라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훈수를 두는 데 그쳤다. 연판장 갈등에 직접 참전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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