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불법유통, 범죄인식 확산됐으면"

전혜인 2024. 7. 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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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피콕'
담당 작가들 호소에 문제인식돼
업계 첫 TF팀 설립… 인력배치
하루 수십개 채널 생기고 없어져
저작권 보호 캠페인 등 활동도
카카오엔터 글로벌 불법유통대응팀 피콕 팀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카카오엔터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 불법유통대응팀 '피콕'의 멤버인 하니(가명)의 스마트폰 디스코드 앱에는 수십개의 대화방에서 다 읽지 못한 메시지가 빼곡하게 쌓여 있다. 모두 웹툰 작품에 대한 해외 불법유통과 관련된 대화방이다. 그는 "아마 지금 활성화되지 않은 방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수도 있다"며 "이같은 불법유통 채널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카카오엔터 사무실에서 만난 피콕 팀 관계자들은 웹툰 불법유통과 관련된 움직임이 점점 복잡·교묘해지고 있다며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결국 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노력으로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콕 파트장인 권영국 카카오엔터 IP법무팀 차장은 "불법유통 사이트가 폐쇄돼도 그들은 도메인을 바꾸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도망가서 바로 다른 곳에 만든다"며 "실질적인 운영자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사람이 텔레그램 대화방이나 커뮤니티에 침투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웹툰의 인지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불법 유통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다는 게 피콕 팀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불법 유통물 시장은 대부분 불법도박·음란 사이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불법 유통물이 퍼진다. 권 차장은 "국내의 경우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 불법유통 시장이 이미 고착화된 부분이 있다"며 "이제 막 웹툰이라는 콘텐츠가 대중화되는 해외 시장에서 불법유통 시장을 근절하려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차장은 카카오웹툰의 전신인 다음웹툰에서 웹툰 PD로 일하며 본인이 담당하던 작가들의 호소로 불법유통 사이트에 대한 문제를 인식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이 같은 불법 사이트들을 추적해 오던 중 회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태스크포스(현 피콕)를 설립하고 권 차장과 함께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권 차장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활동한다. 직접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에 잠입해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역으로 정보가 이용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니는 "피콕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가 들어가 있는 텔레그램 리스트를 화면 캡처로 공개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 리스트를 기반으로 내 정보가 특정돼, 들어가 있는 방에서 퇴출된 적이 있었다"며 "우리가 불법 유통업자들을 파악하고 정보를 캐내려고 할수록 그들도 우리를 견제하고 신경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피콕은 불법 유통업자를 제재하고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넘어 산업 전반에 불법 유통물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해외 유저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보호 브랜드 서포터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SNS를 통해 합법 플랫폼 구매 인증 캠페인도 하고 있다. 특히 SNS에 불법 유통 제보창구를 개설, 이를 통해 각국 유저들에게 불법물 신고를 받고 정보 수집에도 도움을 얻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웹툰·웹소설뿐만이 아니라 영상과 음악 등 회사가 보유한 모든 지식재산권(IP)으로 피콕과 같은 불법유통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권 차장은 "지금도 사실 다양한 신고 채널을 통해 음악 등 자사 IP에 대한 침해 신고가 여러 건 이뤄지고 있고 그에 대한 대응도 진행 중"이라며 "보다 본격적으로 각 산업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해당 서비스 실무진들과의 구체적인 대응 방식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콕은 올해 상반기 동안의 불법유통 대응 노력과 성과를 분석한 5차 불법유통 대응 백서를 다음달 발간할 계획이다. 그간 백서에서 대응 프로세스 구축과 불법물 삭제 등의 성과를 소개해온 피콕은 올해부터는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진행해 왔던 노력들이 법적인 절차로 구체화할 것이라는 기대다.

피콕 팀원들은 "웹툰과 웹소설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창작물이라는 것, 그래서 불법 사이트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해외 유저들에게 인지시키는 게 가장 기본적인 목표"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특히 카카오엔터의 작품을 불법 유통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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