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저출생’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독일…어딜 따라가야 할까

김경학 기자 2024. 7. 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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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이민 정책 보고서 발간
독일은 숙련기술인력, 정주 중심 정책
“정부 인력난 해소 벗어나 패러다임 전환해야”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저출생·인구 급감 문제가 갈수록 현실화하는 가운데 피할 수 없는 저출생 ‘인구충격’을 대비하기 위해 이민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 구조뿐 아니라 노동력 부족 등 인구통계학적으로 유사한 일본과 독일 사례로 비춰봤을 때, 숙련기술인력과 정주 지원 중심인 독일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발간한 ‘선진국 이민 정책으로 본 한국 이민 정책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보면, 출생률이 높아져도 경제·사회적 효과를 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당장 내년 합계출생률 2.1명이 되더라도 생산가능인구는 2025년 3591만명에서 2040년 2910만명으로 19% 감소할 것으로 봤다.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만15~64세 인구를 말한다. 정부가 목표한 2030년 출생률 1.0명을 회복하더라도 2070년 생산가능인구는 1791만명으로 2025년(3591만명)의 절반 이하로 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일본과 독일의 이민 정책에 대한 접근 방식 차이가 인구 구조에 상반된 효과를 준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자 고용 연장, 여성 노동력, 비정규직 등 국내 노동 인구 활용을 중심으로 대응했다. 외국 인력은 비숙련 중심의 산업연수생(기능실습제)과 유학생 등을 활용해 노동력 부족에 대응했다. 그 결과 생산가능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00년 67.8%에서 2022년 58.5%로 9.3%포인트 줄었다.

반면 독일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00년 68.0%에서 2022년 63.6%로 4.4%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독일이 상대적으로 적게 줄어든 이유로 2000년대 초반 정주형 이민 정책을 담은 ‘거주허가 및 정주법’(이민법)을 제정·실시했기 때문으로 봤다. 독일은 2010년대 들어서도 전문인력인정법, 기술이민법 등 숙련기술인력·정주 중심의 이민 정책을 펼쳐 인구충격의 속도를 늦췄고 생산가능인구 반등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2022년 11월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첫겨울 나눌래옷’ 전달식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할 상자에 메시지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처럼 차별·배제 유형의 외국인 노동 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정책 방향을 독일과 같은 포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유럽연합(EU)블루카드’와 유사한 ‘K-블루카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블루카드는 숙련기술인력에 대해 발급하는 취업비자로, EU 회원국 내에서 자유롭게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또 가족 동반뿐 아니라 동반 가족도 취업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블루카드 비자로 33개월 근무한 이후에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보고서는 또한 정해진 기간 지정된 업체에서만 일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직장 이동이 가능한 노동허가제로 단계적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주민 노동자와 가족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융화될 수 있도록 정주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독일은 2005년 시행한 이민법을 통해 이주민 정주화 지원을 연방정부 의무로 지정했다. 또한 신규 이민자에게 독일어·법·문화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토록 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이주민 유입 시 변화될 사회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내재하지 않게 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 센터의 ‘2021년 이주 배경자 인식조사’를 보면, 전통적 혈통주의 국가인 독일은 71%가 이주 배경자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일본은 39%, 한국 59%가 이주 배경자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 배경자는 본인이나 부모 중 1명 이상이 해당 국가 시민권을 가지지 않은 이들을 말한다. 독일은 이민법을 개정해 이민자나 비이민 귀화자, 송환자 등 모두를 가리켜 ‘이주 배경 독일인’으로 단순화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외국 인력 정책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책 방향이 인력난 해소에 맞춰져 있다”며 “단순한 노동력 유입을 위한 인력 정책에서 벗어나 이민자와 내국인 간 갈등 문제 등 사회적 통합 측면을 함께 고려한 이민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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