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원점…홍명보, 위기에 몰린 한국을 외면하지 못했다
돌고 돌아 결국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결정한 대로 됐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울산 HD 감독(55)을 차기 남자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내정했다.
협회는 7일 “차기 감독으로 홍 감독을 내정했다”며 “8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 관련내용 브리핑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임생 이사는 지난주 유럽으로 출장가서 만난 외국인 지도자들과의 협상 과정, 홍명보 감독을 적임자로 결정한 이유 등에 대해서 자세한 과정을 밝히리라 예상된다.
이 이사는 지난 5일 유럽에서 돌아온 뒤 정몽규 협회장에게 경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는 여러 후보자들과 협상 과정을 설명했고 정 회장은 전력강화위원회 뜻대로 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는 당일 늦은 밤 수원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마친 뒤 홍 감독을 만나 대표팀 감독직 수락을 요청했고 홍 감독은 고민 끝에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최근 사퇴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0순위 후보로 결정한 지도자다. 정 위원장은 협회가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요구하자 버티다가 사의를 표명했다. 결국 당초 전력강화위원장이 꼽은 0순위 후보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셈이다.
협회가 홍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결정한 이유는 홍 감독보다 더 알맞은 지도자를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하는 걸 검토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줘야하는 위약금, 천안 축구센터 건립 비용 등으로 인해 협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평범한 지도자를 데려오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다. 게다가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은 △현재 팀을 맡고 있거나 △국가대표팀을 이끌어본 경험이 없거나 △자국에서 활동한 게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협회는 불만족스러운 지도자를 적잖은 연봉을 주고 데려오느니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맡아달라고 간청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감독은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면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당시 조광래 감독이 협회와 불협 끝에 경질됐고 후임인 최강희 감독도 월드컵 예선까지만 대표팀을 이끄는 조건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국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둔 2013년 7월 “홍명보밖에 없다”는 여론 속에 감독직을 수락했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으나 알제리, 벨기에에 연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 감독은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해 10년 만에 다시 한번 부담스러운 소방수로 나서게 됐다. 아시안컵 부진, 손흥민·이강인 등 국가대표선수들 간 갈등,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중도 해임, 황선홍·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 운영 등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에 한국 축구를 이끌 적임자로 홍명보 감독밖에 없다고 협회는 판단했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 프로 감독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겪은 다양한 국제 대회 출전 경력, 선수 시절 미국에서 활약한 경험 등이 홍 감독의 장점이다. 한국은 홍 감독 체제로 오는 9월 초부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을 치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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