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고문·장기 적출 위험에 노출된 사하라 사막 난민들
전쟁과 빈곤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과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사하라 사막에서 폭력과 성폭행, 장기 매매 등 극단적 위험에 노출된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 비정부기구인 혼합이주센터(MMC)는 5일(현시시간) 공동으로 ‘이 여정에서는 당신이 죽든 살아남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UNHCR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이 보고서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아프리카 이주민 3만1000명 이상을 인터뷰해 작성됐는데, 이주민들이 성폭행, 고문, 성매매, 장기 적출 등을 당하거나 탈수와 질병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자세히 담겼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과 이주민들이 직면하는 위협은 많이 알려졌지만, 사막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막에서 목숨을 잃는 이주민이 지중해에서 숨지는 경우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일 수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숨진 사람은 1180명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하라 사막 등을 건넌 이주민들이 성폭행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한 위협은 신체적 폭력이었다. 이들은 가족들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임의로 가두거나 강제 노동, 성매매,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인신매매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고문과 장기 적출 위험에도 노출됐다.
이런 폭력은 주로 범죄 조직과 민병대, 사람들을 유럽으로 안내하기 위해 돈을 받는 업자 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군인, 이민국 직원과 국경 수비대도 가해자로 지목됐다. 인터뷰에 응한 이주민의 3분의 1가량은 여성이었는데, 성폭행과 성매매 등의 위협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현재 스웨덴에 거주 중인 한 에리트레아 난민은 “사하라 사막이 죽은 사람들의 뼈와 시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이주민은 “갈증이나 부상으로 쓰러진 사람은 그대로 길에 버리고 간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계속 가야 한다”고 회고했다.
이주민들은 리비아, 알제리, 에티오피아를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았다.
보고서에 참여한 단체들은 “난민과 이주민을 위한 안전한 경로를 조성해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이 보고서가 적극적인 조치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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