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선거의 의의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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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는 일본 사회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는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명예 남성과 여성의 경쟁이다.
둘째는 여론조사를 봤을 때 일본 사회의 근거 없는 긍정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는 점이다.
도쿄도지사 선거에는 56명의 후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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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7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는 일본 사회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첫째는 여성에 대한 비하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던 현직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와 렌호 전 참의원은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지냈고 인지도도 높다. 이런 점을 포착해 미디어에선 ‘여성의 대결’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일본에서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얕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도지사 3선에 도전하는 고이케 지사는 (1923년 9월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수정주의자이자, 제대로 된 인권 감각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다. 도쿄도는 일본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에서 갈 곳 없는 젊은 여성을 성 산업으로부터 보호·지원하는 시민단체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결국 이 단체는 활동을 중단했다. 고이케 지사는 이 사안을 파악하고 있었을 텐데도 여성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예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행해졌을 때, 일본인은 서양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뜻에서 ‘명예 백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고이케 지사는 ‘명예 남성’에 가깝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는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명예 남성과 여성의 경쟁이다.
둘째는 여론조사를 봤을 때 일본 사회의 근거 없는 긍정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는 점이다. 최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가 고이케 지사의 지난 8년의 도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가 반영된 것인지, 고이케 지사가 선거 기간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에겐 도쿄가 편리하고 즐거운 곳이다. 하지만 비정규직·노인·한부모가정 등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겐 상당히 살기 힘든 곳이다. 도쿄도청 앞에서 이뤄지는 시민단체의 식료품 무료 나눔 행사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나 몰린다.
도쿄가 언제까지 번영의 도시로 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앞으로 급속한 고령화는 피할 수 없고, 도쿄의 경우 의료·개호(노인요양)의 기반이 부족해질 것이 뻔하다.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중산층 붕괴가 계속되면 도쿄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깨끗하고 치안이 좋은 도쿄의 강점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선거에선 도쿄의 위기를 내다보고 활발한 정책 토론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고이케 지사가 사실상 회피하면서 의미 있는 논쟁 기회가 없었다.
셋째는 시민이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사를 표시하는 선거의 대전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도지사 선거에는 56명의 후보가 나왔다. 누구라도 도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필요한 정책을 호소하면서 출마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도지사가 될 의지가 없는 사람들도 대거 출마한 것이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도지사 선거에선 후보가 300만엔(약 2600만원)의 공탁금을 내야 하고, 10%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선거를 돈벌이로 생각한 사람들이 텔레비전 정견방송에 출연하거나 포스터로 이름을 알리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산시켜 큰 이익을 얻으려 했다.
선거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다. 출마와 선거운동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이상 이런 종류의 돈벌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회·언론에서 진지하게 논쟁을 벌여 정치 분야의 긴장을 회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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