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건강 문제없다” 주장에도 후보 교체론 불식 못 해…고액 후원자도 이탈
“주님이 물러나라고 하면 그때야 할 것”
사전 질문지 라디오 인터뷰 등 논란 계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선 TV 토론 참패로 불거진 고령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인터뷰와 선거 유세에 벌였지만, 안팎에서 커지는 대선 후보 사퇴론을 진화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경합주 위스콘신주 유세를 마친 뒤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건강 우려를 반박하며 “내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전능하신 주님이 오셔서 (내게) 물러나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럴 일(신의 강림)은 없을 것”이라며 완주 의지를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토론 이후 싸늘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여러 행보는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인터뷰는 바이든 대통령이 ‘현실 부정’ 상태에 처해있다는 점을 드러냈고, 바이든 대통령을 놓고 지속적인 지지와 후보 사퇴 요구로 양분된 민주당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영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6일에도 미네소타주의 경합 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앤지 크레이그 하원의원이 민주당 현역 의원 중 다섯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고액 후원자들도 눈에 띄게 이탈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바이든을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 모금행사를 연 로스앤젤레스(LA)의 부동산 개발업자 릭 카루소는 이날 “후보로 적격한지를 떠나 대통령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바이든 재선 캠페인 지원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월트디즈니 창업주 가문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디즈니 등 민주당 지지자들도 대선 후보 교체 전까지 민주당에 기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나선 라디오 인터뷰를 사전에 조율된 질문지로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위스콘신주의 라디오 방송 시빅미디어 진행자는 캠프 측으로부터 질문 5개로 구성된 질문지를 전달받았다면서 “내가 묻고 싶었던 모든 것을 질문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ABC 인터뷰에서 “(국정운영을 하며) 매일 같이 인지력 검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지능력을 포함한 정밀 건강 검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오는 9~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회의에 초청된 우크라이나,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AP4) 정상과의 회의 및 기자회견, 백악관 초청 만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공개 행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주는 언행, 제스처 등이 사퇴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가 7개 경합주(아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록유권자 4902명 대상으로 지난 1~5일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원 29%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공화당원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45%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7%)보다 지난해 10월 조사 이래 가장 적은 지지율 격차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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