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할 때마다 미래 연습 [뉴노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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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누구나 살면서 여러 이유로 좌절한다. 노력해도 안 되는 크고 작은 일이 있어서다. 문제는 마음이나 기운이 꺾일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삶의 질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에 따라 좌절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거나 반대로 자존감이 약해지고 무력감을 느껴 ‘더 나아지려는’ 또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포기한다.

미국 최대의 종단 연구로 꼽히는 하버드대학의 그랜트 스터디는 좌절 극복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1937년 미국 하버드대는 학생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그들의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했다. 훗날 이들의 삶을 평가해보니 30%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30%는 부적응적인 삶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좌절 경험에 대처하는 방법에 두 그룹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타주의, 예측, 억제, 승화, 유머라는 성숙한 적응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해리(고통을 견디기 위해 약물, 술에 의존), 수동 공격성, 공상 등 미성숙한 적응기제를 더 활용했다.

적응기제 중 예측은 두 그룹 간 활용의 차이가 가장 큰 역량이었다. 성공적인 삶의 경우 9%, 부적응적인 삶에서는 2%만 활용됐다. 하버드대 연구 책임자 조지 베일런트는 다양하게 전개될 미래를 상상하는 작업이 예측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초로 뉴욕과 파리를 비행기로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는 비행하기 전 온갖 위험에 대해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그 결과를 미리 경험해 첫 비행에 필요한 ‘대담함’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고영건은 사람들은 미래에 자신에게 일어날 자명한 일들조차 예상하지 않아 막상 문제를 마주하면 당황해서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인간 지능의 핵심이라는 심리학자들도 있다. 마틴 셀리그먼과 그의 동료들은 인간이 지혜로운 것은 전망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시간을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누고 미래를 전망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이들은 이런 주장을 담아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라는 책을 펴냈는데, 심리학자 김경일과 김태훈은 한국어로 ‘전망하는 인간’이라는 부제를 붙여 번역했다.

이들은 원시시대부터 현대사회까지 인간은 미래의 일을 예언자처럼 알아내는 데 지능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내일 사슴을 몇 마리 잡을까, 사과를 몇 개나 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예측치를 말해봤자 맞는 경우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런 질문보다는 누구와 함께 사슴 사냥을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지,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예측하는 것에 온통 지능을 활용했다. 예측의 대상은 미래 사건이 아니었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공감 능력을 높이는 조건과 방법이었다.

인간은 상대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할수록 나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능력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습’으로 향상된다. 이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생존과 번영에서 남들보다 뒤처진다. 어떤 사회도 예측한 대로만 전개되지 않지만 그래도 예측의 힘이 작동하는 사회는 합리적인 사회다. 예측의 힘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개인들은 상대에게 공감을 얻어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도록 노력한다. 반면 예측이 무력한 사회는 착취, 폭력, 사기, 속임수가 판을 친다. 서로에게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는 나에게만 유리한 미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을 닮아가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럼 미래를 꿈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