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플랫폼 3.0] 〈5·끝〉“K플랫폼은 국가적 어젠다…정책·국민 인식 전환 절실”

손지혜 2024. 7. 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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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플랫폼 3.0 시대를 향해' 결산좌담회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부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이봉의 서울대 교수, 김대원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회 정책팀장,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 책임리더.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국내 플랫폼 전문가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플랫폼 정책을 국가적 어젠다로 격상하고, 플랫폼을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플랫폼은 다양한 산업군의 참여자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생태계를 의미하는데, 개별 기업으로만 특정하면 자칫 진흥이 아닌 규제에만 방점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왜곡된 인식이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플랫폼 생태계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산업정책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와 일본 등에서 신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고, 많은 국가에서 기술 소버리니티(주권)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또한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도 희망했다. 전통적인 제조업 산업 기반 규제에서 벗어나 플랫폼이 가진 특수성을 인정해달라는 요청이다. '갑-을 관계' 등 정치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용자를 끌어들일 K플랫폼만의 강점이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힘쓰고 'K문화'를 입히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플랫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의견은 전자신문이 지난달 10일부터 4회에 걸쳐 보도한 특별기획 'K플랫폼 3.0 시대를 향해' 결산좌담회에서 나왔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K플랫폼의 역사와 현 상황을 짚어보고 플랫폼 규제론의 문제점과 토종 플랫폼의 중요성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참석자]

△이봉의 서울대 교수(플랫폼법정책학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 책임리더

△김대원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회 정책팀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플랫폼유통부장

양종석 전자신문 플랫폼유통부 부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플랫폼유통부장)=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의 디지털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또 해외 플랫폼 규제는 강화하고, 자국 플랫폼은 진흥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봉의 서울대 교수=플랫폼 관련 정책을 총괄할 부처가 필요하다. 플랫폼 산업이라는 것은 기존의 제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정책을 총괄할 부처가 없고, 플랫폼 산업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키워나가겠다는 정부 차원의 어젠다가 나온 적이 없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플랫폼 정책의 현주소이다.

최근 플랫폼 주권, AI주권 등 소버리니티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데이터와 플랫폼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중요한 분야인데도 주무부처 조차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워낙 여러 부처와 연결돼 있으니 장관급의 부처라 해도 제대로 역할을 하기 힘들다. 그 이상의 레벨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서 플랫폼에 대한 종합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같은 논의를 생략하고 오로지 규제부터 들고 나오니 학계나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이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정부나 정치권에서 많은 도움을 줘야 할 시기다. 통일된 조직 자체가 없으니 정부의 혼돈이 민간 혼돈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논쟁이 벌어진 연역을 보면 하나의 플랫폼이 시장을 다 잡아먹는 포식자로만 인식이 된다. 미국의 진정한 빅테크는 추상적으로 개념화한다. 한국 플랫폼은 포식자가 아니다. 미국 빅테크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망한 회사도 있고 겨우 살아남은 회사도 있다. 이들을 통으로 플랫폼이라 칭하며 발생한 리스크 논쟁은 아직 현황 분석도 안 돼있는 상태다. 추상적 위험성으로 법안 논의가 시작돼서는 안된다.

상대적으로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괴롭힐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갑을 논쟁이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이란 제조업자, 소상공인, 소비자 등 모든 경제 주체가 관여된 하나의 생태계로 봐야 한다. 몇 개의 기업을 찍어서 규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정부 차원의 재인식이 필요하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회=네이버, 카카오 등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은 자국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갖추면서 성장했다.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또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나.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 책임리더=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열정은 네이버 성장의 근간이다. 검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좋은 한국어 디지털 자원이 없었기에 백과사전 회사와 제휴를 맺고 디지털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용자에게 좋은 한국 콘텐츠를 보게 하겠다는 신념과 파이어니어(개척자) 정신을 통해 성장했다.

이용자의 이익은 핵심 경쟁력이다. 골목상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통해 프로젝트 꽃을 시작했다. 국내 자영업자 560만명 중 지난해 기준 57만명이 네이버 툴을 활용해 상품을 판매 중이다. 좋은 상품과 소싱 능력을 가진 자영업자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네이버 지도 내 '백신 현황 확인' 서비스를 진행하며 네이버가 대국민 플랫폼으로서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 책임리더.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김대원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회 정책팀장=카카오도 이용자의 페인포인트(불편함)를 없애주면서 사업 기회를 찾는 구조를 통해 성장해 왔다. 진정성 또한 카카오를 키운 하나의 축이다. 카카오는 연결을 통해 이용자 일상에 어떤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한다. 특히 우리 사회 속 연결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한다.

이같은 이유로 우리 사회·문화 더 나아가 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글로벌 빅테크보다 높다. 글로벌 기업은 대륙-국가 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한국 기업은 한국 이용자에 맞춤형으로 설계돼 있다. 때문에 토종 기업을 지키는 일은 한국 경제 안보를 지키고 우리 사회와 공진화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김대원 CA협의체 ESG위원회 정책팀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회=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생성형 AI로 인해 기존 플랫폼 산업이 대폭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손지윤=AI를 개발하는 사람들조차도 그 속도를 예상할 수 없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놀라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네이버는 이같은 상황 속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단순히 검색과 쇼핑 광고 시장이 바뀌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 산업 차원으로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소버린이라는 이름 하에 자국어 중심 파운데이션 모델을 설립하기 위한 노력을 해가고 있다. 기존 서비스에 대한 개인화도 종합적으로 고민 중이다. 매년 매출의 20~25% 규모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고 지난해는 역대 최대인 2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했다. 네이버가 나아갈 방향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대원=AI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이용자 수요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 큰 방향성 안에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부피의 시대는 갔고, 밀도의 시대가 왔다. AI를 사업 밀도 고도화를 위한 지속 성장의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도 바라보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 중 20%는 현재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성장세와 카카오가 가진 장점을 묶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K플랫폼 3.0 시대를 향해' 좌담회가 4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회=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또한 우리나라의 플랫폼 정책방향은 어떻게 가야하나.

◇이봉의=규제는 실험하듯 하면 안된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바꾸자는 것은 소비자와 기업을 상대로 위험한 실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 번 논의하고 검증을 거쳐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전세계에 유례 없는 법률을 만들고자 하면서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이나 진지한 논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우리가 K-플랫폼과 같이 플랫폼 앞에 'K'를 붙이는 이유는 정치권과 플랫폼 기업 모두를 향한 메시지다. 이들이 함께 K-플랫폼에 대한 공통분모를 만들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플랫폼 기업 또한 'K'라는 알맹이를 가지고 빅테크와 경쟁해야 한다. 자본력이나 매출액, R&D 투자 규모를 빅테크와 견주지는 못하겠지만 K-플랫폼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경쟁력을 찾아서 글로벌 서비스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계열사로 흩어져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투자 여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 플랫폼이 지향하는 바를 밝혀야 한다. 단순히 신규 서비스나 주가 부양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철학과 가치에 대한 얘기를 대표나 임원이 널리 알려야 한다. 5~10년 뒤 그들이 생각하는 K-플랫폼의 미래와 생태계를 사회와 널리 공유한다면 플랫폼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성호=토종 플랫폼이 제공하는 수 많은 정보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과 정보력이 상승했다. 안타까운 점은 정부가 플랫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은 디지털청이 생면서 통일된 정책이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하나의 리더십을 세워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기를 촉구하고 싶다. 기업도 조금 더 과감하게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나서면 좋겠다.

◇손지윤=국가적 차원에서 서비스업 중심 진흥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플랫폼 기업에게는 기술뿐만 아니라 고용, 환경 등 다양한 이슈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김대원=합리적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도전과 혁신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분석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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