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에 ‘양화대교’ 삽입, 이유는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4. 7. 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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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북한군 탈주극에 자이언티 ‘양화대교’가?
2. ‘규남’ vs ‘현상’, 캐릭터 어떻게 구현했나
3. 송강으로 한 킥 ‘업’, 캐스팅 이유는?
영화 ‘탈주’ 한 장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가 시원하게 내달린다. 북한군의 탈주극이란 소재를 낡지 않은 신선한 화법과 연출로 스타일리시한 영화 한편을 완성한다. 게다가 ‘북한군 부대’를 배경으로 자이언티 ‘양화대교’를 BGM으로 까는 대담함도 보여준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만난 이종필 감독에게 ‘탈주’에 관한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를 물었다. 아주 명쾌하고 유쾌한 대답들이 되돌아왔다.

영화 ‘탈주’ 이종필 감독.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쟁점1. ‘규남’의 꿈과 절박함, ‘양화대교’가 말아줍니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규남’은 오로지 실패할 기회를 오롯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꿈 하나로 북한 체제를 탈출하고자 한다. 메가폰은 ‘규남’의 그런 절박함을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자이언티의 히트곡 ‘양화대교’ 전곡을 깔아 ‘규남’의 마음을 대변한다. 어릴 적 추억과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무게를 담은 노래 가사는 묘하게 ‘규남’의 희망과 연결되며 수많은 대사를 압축하게 한다. 선곡 이유를 묻자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이언티가 강서구 출신인데, 저도 강서구 출신이라 ‘양화대교’를 들으면 어릴 적 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노스탤지어를 만난 느낌이 들었어요. 대부분 강서구 출신들은 부모님이 양화대교를 건너와야만 퇴근을 하는 거라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마음들이 깃들어있죠. ‘규남’도 남측의 아스라한 불빛을 따라가겠다는 꿈을 꾸는데, 자신이 잊고 있던 걸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를 ‘양화대교’로 녹이고 싶었어요. 원래 시나리오에도 작가가 DMZ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이 남한 노래를 많이 듣는다고 설정했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 구간만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자, 그리고 북한도 남한도 아닌 대만 어느 가정처럼 규남의 어릴 적 집안 풍경을 그리면 무국적성이 형성돼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겠구나 싶었죠. 뻔뻔하게 가자가 작전이었어요.”

영화 ‘탈주’ 리뷰 포스터.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쟁점2. 이제훈 vs 구교환, 불협이 만들어낸 화음

작품의 강점은 캐릭터다. 피아니스트 출신 보위부장교 ‘현상’과 10년째 군에 발목을 잡힌 채 복무하는 ‘규남’이란 두 인물이 ‘안주’와 ‘도전’ 사이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흥미를 자극한다.

“인물 사이 밸런스가 중요했어요. 상반된 캐릭터지만 각색한 저로선 두 인물에 다 공감이 되어야만 했고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라는 마음을 갖다가도 ‘야, 너 행복한 줄 알아라’라는 마음이 공존하는 것처럼요. 여기에 ‘규남’을 추적하는 ‘현상’이 기존 영화의 추적자들처럼 단순하게 그려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놓쳐도 여유로워서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사람’처럼 만들고 싶었죠. 그렇게 설정한 뒤 ‘뺄셈의 개념’으로 다가갔어요. 규남은 갖고 있는 게 너무 없어서 달리는 수밖에 없는 아이라고 단순한 원리를 작동시켰죠. 그가 ‘뛰어야 한다’는 배경이 더 구체화가 되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덜 보여주려고 했고, 그 안을 채우는 건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곤 생각했죠. 이 영화는 즐기는 관객과 당황해하는 관객으로 나뉠 수도 있겠다고요. 하하.”

영화 ‘탈주’ 속 송강.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쟁점3. 송강, 예측하지 못한 킥 한스푼

‘탈주’의 또 하나 관전포인트는 ‘현상’와 ‘선우민’(송강)의 과거서사다. 로맨스라고 정확하게 짚지 않았지만 상상하게끔 만들어 N차관람을 유도한다.

“창작할 때 관객이 인물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생각은 하지만 직접적으로 퀴어 코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진 않았어요. 다만 리현상에게 선우민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다가 각색하는 과정에서 추적자 캐릭터가 단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걸 도와주는 캐릭터가 필요했고 ‘선우민’이 된 거죠. 처음에는 ‘현상’ 와이프를 등장시킬까 했는데 대사가 너무 뻔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색다르게 현상을 자극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팅커벨 같은 선우민 캐릭터가 탄생한 겁니다. 두 사람의 프리퀄이요? 흥행한다면 관객이 상상하는 그 이상을 만족시킬 수 있는 프리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송강의 제대 시점으로 기획해 볼게요. 하하.”

‘탈주’는 전국 극장가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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