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르네상스’ 그 현장을 가다 

케냐·우간다=이석 기자 2024. 7. 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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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300억원 차관 투입…한-케냐 공동 개발 중인 나이로비 콘자 스마트시티 현장 취재
‘GPLC 아프리카 2024’에서 정치·경제·종교 지도자 1000명 참석해 해법 논의

(시사저널=케냐·우간다=이석 기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리면 콘자(Konza) 스마트시티가 나온다. 한국과 케냐 정부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도시다. 6월4~5일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2억3000만 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차관 계약을 맺으면서 이곳의 개발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6월29일(현지시간) GPF(글로벌피스재단) 주최로 우간다 캄팔라시 콜로로 독립광장에서 열린 '초종교 패밀리 페스티벌'에서 2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참가자가 공연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로 확장 중인 K경제영토

기자가 방문한 6월24일(현지시간)에도 이곳에서는 정부 주요 인사와 시민단체, 학생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나무 심기 행사가 열렸다. 글로벌피스재단(GPF) 주최로 25일 개막한 '글로벌 피스 리더십 컨퍼런스 아프리카 2024(이하 GPLC Africa 2024)'의 사전 행사 성격이지만 의미는 남달랐다. 윌리엄 루토 정부의 2인자가 행사장을 직접 찾을 정도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정부 인사는 "정부는 2030년까지 중간소득 국가 전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이번 나무 심기 행사를 시작으로 콘자 스마트시티 개발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거는 기대도 적지 않다. 콘자 스마트시티 개발을 통해 K경제의 영토를 아프리카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는 현재 14억8000만 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18.3%에 이른다. 평균 나이는 19세로 한국(45.1세)보다 크게 낮은 데다,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 등 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전망한 경제성장률 상위 20개국 중 11개국이 아프리카였을 정도다. 특히 케냐는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한 2024년 주목할 만한 해외투자 10대 유망국 중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은 아직까지 저조한 수준이다. 전체 교역 규모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콘자 스마트시티 개발을 통해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GPLC Africa 2024를 주최한 문현진 GPF 세계의장도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 오른 경험을 아프리카에 전수하게 되면 국제적 위상 역시 올라갈 수 있다"면서 "콘자 스마트시티 투자는 시작이고, 장기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커다란 지정학적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 집행 과정이나 고위 공무원의 부패, 인권 문제 등이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6월25~27일 나이로비 래디슨 블루호텔에서 열린 GPLC Africa 2024 때도 이런 논의가 이어졌다.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통해 좀 더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아프리카 건설을 위해 케냐뿐 아니라 아프리카, 미국 등의 정치, 경제, 종교, 학계 지도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첫날 행사에서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대통령 연설이 취소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증세 정책에 반발해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케냐 종교 지도자들은 전날 국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증세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음 날 국회에서 증세 법안이 통과됐고,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등 소요 사태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최소 23명의 케냐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최 측인 GPF는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오전에 예정된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취소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도회로 대체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문현진 GPF 회장의 리더십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윌리바드 라고 케냐초종교위원회 의장은 "GPLC의 메인 주제는 평화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케냐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문 의장은 종교 지도자들에게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대통령실과 의회에 편지를 보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6월27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래디슨 블루호텔에서 'GPLC 아프리카 2024' 폐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오바 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문현진 GPF 세계의장(왼쪽부터) ⓒ뉴시스

"아프리카 고유의 평화 및 번영 모델 필요"

GPLC 아프리카 2024에 참석한 정치·경제·종교 지도자들이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에 있다. 이들은 "서구 사회의 물질문명주의만을 맹목적으로 따르면 안 된다. 올바른 도덕적 가치와 기준 정립을 통해  아프리카 특유의 재건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 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번 GPLC 아프리카 2024의 핵심 주제가 평화와 번영을 통한 아프리카 르네상스다"면서 "이번 기회에 '하나님 아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이라는 주제로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르네상스에 대한 논의는 국경을 넘어 우간다에서도 이어졌다. 6월29일 우간다 캄팔라시 콜로로 독립광장에서 열린 '초종교 패밀리 페스티벌'은 2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국가급 행사로 열렸다. 콜로로 독립광장은 1962년 10월9일 우간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곳이다. 국가적인 행사뿐 아니라 대규모 콘서트나 스포츠 이벤트도 이곳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문현진 GPF 세계의장은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비전 선언문 공동 서명 행사를 가졌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가족의 역할과 함께 아프리카 고유의 평화 및 번영 모델을 강조했다. 그는 "180년 전 유럽 사람들이 가져온 종교는 아프리카 전통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근간을 대신하지는 못했다"면서 "내가 빵을 먹지 않고 아프리카 움식을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양 사람들은 분열과 갈등이 삶의 방식이지만 아프리카는 다르다"면서 "하나의 가족을 통해 전통을  회복해야 아프리카 르네상스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를 통해 K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찾고 있는 우리 정부나 기업들 역시 이 부분을 눈여겨보면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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