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 대신 '티빙+지니+밀리'…KT, 5G 승부수 통할까
신규 5G 요금제 출시한 KT
OTT·음원 등 서비스 대폭 추가
그만큼 비싸진 가격대는 문제
소비자가 혜택 선호할지는 미지수
말 많았던 이통3사 5G 요금제
혜택 폭탄으로 차별화 성공할까
KT가 새로운 5G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 1일 선보인 '티빙·지니·밀리 초이스'다. 이름처럼 OTT 서비스인 '티빙',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뮤직', e북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셋 중 2가지만 제공하던 기존의 '티빙·지니 초이스'와 '티빙·밀리 초이스'의 장점을 합치고 가격은 유지해 상품성을 높였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이번 요금제는 초이스 베이직(9만원), 초이스 스페셜(11만원), 초이스 프리미엄(13만원) 3가지다. 우선 지니뮤직(7400원)과 밀리의 서재(9900원), 웹툰·웹소설 서비스 '블라이스 셀렉트(9900원)'를 기본 제공한다. 모두 합하면 2만7200원 상당의 혜택을 선물하는 셈이다.
티빙의 경우 요금제별로 차등이 있다. 초이스 베이직은 720p 화질의 '티빙 베이직(9500원)'을, 초이스 스페셜과 초이스 프리미엄은 그 위 단계인 '티빙 스탠다드(1080p·1만3500원)'를 제공한다. 티빙까지 합하면 이번 신규 요금제 가입자는 3만6900~4만700원 상당의 혜택을 보는 셈이다.
KT의 기존 5G 무제한 요금제와 비교해 봐도 혜택이 많다. 일례로, 월 8만원인 KT의 '5G 베이직'은 광고를 봐야 하는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5500원)' 요금제 외에 별다른 혜택을 지원하지 않는다.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멤버십의 경우 초이스 베이직은 VIP, 초이스 스페셜·프리미엄은 VVIP 등급을 제공한다. 태블릿·스마트워치 등 다른 스마트기기도 1회선에 한해 무료로 이 요금제를 쓸 수 있는데, 이 역시 초이스 스페셜·프리미엄에만 제공된다. 데이터 로밍 이용 시 스페셜과 베이직은 100Kbps 속도 제한이 있긴 하지만 프리미엄은 최대 3Mbps의 전송 속도를 지원한다.
KT 관계자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강화했다"면서 "앞으로도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상품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요금제는 KT 계열사의 플랫폼을 망라한 '집결체'다. 지니뮤직과 밀리의 서재는 KT 자회사 케이티스튜디오지니가 운영하고 있다. 블라이스의 운영사 스토리위즈도 2020년 설립한 자회사다. 티빙은 KT가 2대주주로, 지분율은 13.54%다. [※참고: 1대 주주인 CJ ENM의 지분율은 48.9%다.]
그래서인지 경쟁사인 SK텔레콤·LG유플러스보다 혜택의 폭이 크다. 가령, SK텔레콤이 제공하는 9만9000원의 5G 요금제(5GX 프라임플러스)는 OTT 서비스 넷플릭스 할인(최대 9900원), 또다른 OTT 웨이브 할인(7900원)이 주요 혜택의 전부다. 음원 서비스 '플로' 가입 시 첫달 100원 이벤트가 있긴 하지만, 그 이후엔 원래 요금을 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KT가 론칭한 새 5G 요금제 '티빙·지니·밀리 초이스'의 함의는 크다. 이동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소비자들로부터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이통3사는 지난 2년간 수차례에 걸쳐 3만~6만원대의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통3사가 제안한 중간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무척 적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KT가 1월에 선보인 '5G 슬림 4GB' 요금제는 월 3만70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4GB밖에 되지 않는다. 5G 요금제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28.5GB(과학기술정보통신부·4월 기준)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10GB 요금제를 1만6900원에 제공하는 알뜰폰(KT엠모바일)과도 차이가 크다.
관건은 KT의 새 5G 요금제에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티빙·밀리의 서재·블라이스 등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인 소비자라면 관심을 갖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적게는 1만원(8만원 기존 무제한 요금제 대비), 많게는 5만원을 더 내야 하는 새 요금제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구독 서비스 하나만 보고 기존 통신사의 혜택을 포기하고 KT로 번호이동을 선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격 인하 대신 혜택을 대폭 늘린 KT의 전략은 통할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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