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지능 청년 일터 찾은 한 총리 "생애 주기별 지원 정책 마련"
청년 직원 및 가족 응원... 김치찌개 서빙
한 총리 "느린 사람도 행복한 사회 돼야"
[파이낸셜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경계선 지능 청년 상생 일터인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을 찾아 개점 100일을 축하했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청년밥상문간은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이 하는 사업 중 하나로 고물가시대 한 끼 식사비가 부담스러운 청년과 서민들을 위해 김치찌개 단일메뉴를 1인분 3000원에 판매하는 식당이다. 서울 4곳, 제주 1곳 등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한 총리가 찾은 슬로우점은 지난 3일 문을 연 곳으로 다른 지점과 달리 홀 서빙과 주방 보조 담당 직원 10명을 모두 경계선지능 청년들을 채용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장애(아이큐 70이하)는 아니지만 지능 지수가 71~85 사이에 있고 학업과 사회생활, 취업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장애에는 해당하지 않아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국내 경계선 지능인은 전체 국민(5129만명)의 13.6%(약 697만명)로 이중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78만명으로 추정된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은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성복)과 협의해 취업 의지가 있는 경계선지능 청년직원 10명을 선발,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이론교육 및 현장실습 등을 실시했다.
평균 지능을 가진 일반인보다 업무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손님들에게 알리는 의미에서 상호도 느리다는 뜻의 ‘슬로우(Slow)점’이라고 달았다. 청년들 시급은 1만원이고, 하루 5시간 정도 근무한다.
경계선 청년들에게 개점 100일은 특별하다. 일반인과 경쟁 하다 보니 취업이 쉽지 않고, 채용이 된다 해도 오래 근무하기 어렵다.
한 직원은 어머니는 "(이 아이들이) 장애인은 아니니까 채용되지만, 일하는 것을 보고 한두달 안에 잘린다. 서른이 되도록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겨워 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고 했다.
이날 슬로우점에선 개점 100일과 청년직원 근속 100일을 동시에 축하하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파티 메뉴는 경계선 지능 청년들이 직접 만든 김치찌개였다. 한 총리는 앞치마를 두르고 청년 직원들과 함께 김치찌개를 서빙했다.
임예찬 홀매니저(25)는 '근속 100일이 된 소감이 어떠냐'는 한 총리의 질문에 “다른 회사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만둔 경험이 있다”며 "이곳에서는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알려주고 서로 돕고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재범 홀매니저(19)도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평소 집에만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배우는 게 많다”며 “월급을 받고 난생 처음 적금도 가입했다”고 뿌듯해했다.
100일 파티에 참석한 직원의 가족들은 한 총리에게 '경계성 지능인들이 사회적 독립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달라'며 정부의 관심을 호소했다.
가족들은 "이 아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어서 특징적인 모습을 알아줘야 한다"며 "국가 안에서 이들이 청년기와 성인기를 접했을 때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인격체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은 굉장히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에게 일자리 훈련과 고용을 제공한 이문수 이사장과 이성복 관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부모님들이 오늘 자식들이 의젓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뭉클하셨을 것 같다”면서 “수고 많으셨다”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사회 부총리 주관으로 고용부 장관, 복지부 장관이 모여 경계선 지능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교육 훈련하고 취업 연계할지 논의했다. 앞으로 총리도 3개 부처 장관과 함께 여러분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남보다 조금 느린 사람도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실태 조사를 시작으로, 생애 주기에 따른 적절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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