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정치발전비, 이제 '당직자 월급주머니'로 못 쓴다
정당의 국고보조금 중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등을 위해 사용하도록 한 여성정치발전비를 정당 당직자의 인건비로만 사용할 수 없도록 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이 개정됐다. 그동안 여성정치발전비는 정당에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당직자들의 인건비로 지출되며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당직자 월급주머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7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성정치발전비 중 인건비로 지출되는 총액이 여성정치발전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개정했다. 남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 후반기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었다.
개정된 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여성정치발전비 중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따른 인건비 지출총액이 나머지 지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은 여성정치발전비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칙이 신설됐다. 당직자에게 인건비로 지급되어왔던 여성정치발전비는 여성정치발전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보다 많게 책정할 수 없게 됐다.
쉽게 말해 '여성정치발전 활동과 관련되어 소요되는 경비>인건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처럼 여성정치발전비를 여성정치발전활동과 관련한 당직자들의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교육비, 정책개발비 등 여성정치발전 활동과 관련되어 소요되는 경비를 초과하게 될 경우 그 초과분은 여성정치발전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성정치발전비는 정당의 여성 정치인 발굴․육성, 여성 관련 정책개발 등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여성 정치발전을 위해 2004년 도입됐다. 정치자금법 제28조 2항에 따라 정부로부터 경상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그 총액의 10% 이상을 여성정치발전비로 사용해야 한다. 만약 해당 용도외로 여성정치발전비를 사용한 경우 위반한 보조금의 2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회수하거나 감액하게 된다.
그동안 각 정당은 구체적인 명목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여성정치발전비를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등의 2016∼2021년 회계감사보고서상 여성정치발전비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은 여성정치발전비 지출 중 최소 98.63%, 최대 99.98%에 이르는 비용을 당직자 인건비에 사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여성정치발전비를 인건비로 지출한 비율은 69.50%(2018년)을 기록했다가 22.17%(2020년), 24%(2021년)로 감소했다. 교육비와 정책개발비 등은 늘 인건비보다 적은 비율로 지출되어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엄연히 정당이 지출하는 기본경비 중 인건비(세목)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정치발전비 내에서 따로 인건비에 상당한 지출을 한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며 "여성정치발전비 집행에서 여성 정치발전과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교육이나 정책개발, 여성 관련 사업지원 등에 쓰지 않고, 거의 모든 비용을 인건비에 치중한 점은 그 취지와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측 간사였던 김영배 위원은 "(여성정치발전비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까 급여로 좀 더 많이 활용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원취지를 달성하는 데 조금 미비한 점이 있다"며 "'활동비, 인건비 등의 경비'라고 돼 있는 부분에서 이 경비들의 비율 문제라든지 사용 목적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이런 게 조금 더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이었던 남인순 의원도 "인건비로 100% 쓰고 활동비를 0%로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이런 기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과 관련해 남 의원은 "여성발전비는 여성정책연구, 여성정치참여 확대 등 본래 목적을 위해 쓰여야함에도 본래 제도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쓰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컸었다"며 "이번 개정을 시작으로 여성정치발전비가 여성정치 활성화를 위한 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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