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 취급 안돼...랩·만화처럼 인식 바뀔것”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교수 등 방한
WHO 질병코드 등재 강력 비판
“중독 문제, 다른 곳에 원인 있어
게임 없으면 약물 등에 빠질것”
게임이용장애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 등재하는 문제를 두고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콘텐츠진흥원·게임산업협회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할 만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KCD 등재가 게임에 기반한 문화 지형과 게임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부오레 교수는 “게임을 하면 게임 중독에 빠진다거나 게임 이용 시간이 우울감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이미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근의 연구는 오히려 가상 세계에서의 사회화 경험과 자기 표현 등 게임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비유하자면 게임은 우울증 환자가 눕는 침대와 같다”며 “우울증 환자들은 신체에 무리가 올 만큼 침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과거 한국에서 시행된 셧다운제처럼 게임을 강력히 규제하거나 WHO처럼 질병으로 취급하는 것은 우울증 환자에게서 침대를 뺏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부오레 교수는 “게임을 하는 동기는 게임 자체가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게임을 해서,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며 “게임을 많이 하면 우울증이 생긴다는 증거는 없지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게임을 오래 한다는 결과는 종종 보고된다”고 말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어떤 현상에 질병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것은 과학적인 근거와 정치적인 이유가 모두 작용한다”며 “게임을 낚시 등의 취미와 다르게 취급할 증거가 없음에도 WHO는 게임에 질병코드를 부여했고, 이는 과거에 동성애가 미국정신의학편람(DSM)에 등재됐다 빠진 것처럼 앞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과거 영국은 ICD-10을 도입하는 데 20여년이 걸렸고 많은 고민을 거쳐 일부는 도입하고 일부는 반영하지 않았다”며 “어떤 것을 도입하고 말지는 각국에서 정치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오레 교수는 “서구 세계에서는 1980~1990년대에 랩 음악이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강했고 만화책 역시 그랬지만 지금은 랩 음악이나 만화책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없다”며 “게임에 대한 인식도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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