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아성을 무너뜨려라”…푸틴과 시진핑 이젠 통화전쟁 본격 나서나 [뉴스 쉽게보기]
그런데 공고했던 달러 패권이 조금씩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러시아 등 국가들이 달러의 독보적 권위를 흔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지난 달에 일부 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진 ‘페트로 달러 협정 만료’ 소식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어요.
이미 미국과 사우디는 석유 개발을 통해 오래전부터 가까워진 사이였기에 이런 협정이 체결될 수 있었어요. 1938년 사우디에서 먼저 석유를 발견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국가가 미국이었어요.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아람코(Aramco)’라는 회사를 세워서 석유 개발을 했고, 이 기업은 현재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사우디 정부의 국영기업이 됐어요.
석유 개발로 가까워진 두 나라는 페트로 달러 협정을 통해 더욱 공고한 동맹으로 거듭났어요. 이 협정은 달러가 사실상의 ‘세계 통화’로 자리 잡는 데에 큰 역할을 했고,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더 강하게 만들었어요.
1971년까지 미국 달러가 영향력을 유지한 방법은 ‘금본위제’였어요. 금본위제란 화폐를 일정한 양의 금의 가치와 연동시키는 제도예요. 화폐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방식이죠. 1971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도 35달러당 금 1온스를 교환해 주는 금본위제를 채택했어요. 달러를 가져가면 언제나 금으로 교환해 준다고 미국 정부가 약속한 셈이니, 세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세계 통화 체제는 달러 중심으로 굴러갔어요. 다른 국가들의 화폐는 일정 금액의 달러로 교환되고, 달러는 금과 연동되는 체제였던 거죠.
그런데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당시 미국의 경제가 어려웠고, 늘어나는 달러를 교환해 줄 금도 점점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닉슨 대통령의 금본위제 포기는 ‘닉슨 쇼크’로 불릴 만큼 달러의 위상을 흔들었어요. 하루아침에 금으로 교환할 수 없는 화폐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때 미국이 생각해 낸 방법이 페트로 달러 협정이에요. 모든 나라가 사용하는 석유를 달러로 거래하게 만들면, 계속해서 달러를 사용하게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죠. 실제로 사우디와의 협정으로 페트로 달러 체제가 확립되며 미국 달러는 위기를 넘기고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50년이나 된 페트로 달러 협정에 대해 사우디가 얼마 전 갱신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었어요. 이 소식은 사실 여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았어요. 데이터 조사업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구글에서 ‘페트로 달러’의 검색량이 폭증해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실제로 미국과 사우디의 오래된 동맹 관계가 약 2년 전부터 흔들렸던 터라 이 소식을 믿은 사람이 많았어요. 다만 이후 미국과 사우디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사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어요.
결국 페트로 달러 협정이 끝났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다만 50여 년간 세계 통화를 지배한 페트로 달러 체제를 흔들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건 분명해요.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에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부터 “석유와 가스의 무역에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언했어요. 실제로 사우디는 일정 비율은 석유를 위안화 등 달러 외 통화로 거래하고 있다고 해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러시아가 각종 규제를 당한 뒤로는 러시아산 원유를 중국 위안화나 인도 루피 등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늘어났고요.
다만 국가 간 석유 거래 등 무역이나 금융 거래에서 점점 달러 외 통화를 쓰는 일이 늘어난다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분명히 존재해요. 위안화나 루블화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거래하고 다른 결제도 쉽게 할 수 있게 될수록, 전쟁을 벌인 러시아에 가하는 미국의 경제제재도 소용이 없게 되겠죠.
페트로 달러 협정이 정말 끝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세계 주요국의 ‘통화 전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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