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뛴 건 드라마만이 아니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N '선재 업고 튀어'는 여러모로 변화하고 있는 현 드라마 소비 방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먼저 이토록 종영한 후에도 열기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작품이 드물다. 지난 5월 28일에 종영했지만, 그 열기는 아직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여기 출연한 선재 역할의 변우석은 물론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들이 전제된 일이지만, 이번 작품으로 글로벌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또 상대 역할인 김혜윤 역시 검증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놀라운 건 변우석의 경우, 작품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선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듯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 선재가 밴드 이클립스를 통해 발표한 곡들이 실제 음원 차트에 올라가고 심지어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는 등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고, 변우석이 부른 '소나기'는 특히 주목받았다. 즉 배우 변우석이 극중 가수인 선재 역할을 했는데,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그 역할을 실제에서 계속 이어가는 흐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이제 드라마 소비 역시 K팝처럼 일종의 '팬덤 소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무인도의 디바'에서 역시 가수 역할을 했던 박은빈이 직접 부른 노래가 음원차트에 오르는 경험을 했듯이, 드라마 속 캐릭터는 이제 배우가 가진 일종의 부캐처럼 되어 팬덤 소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건 '선재 업고 튀어'가 5.7%(닐슨 코리아)라는 비교적 적은 수치의 최고시청률을 내면서도 화제성은 거의 '모래시계'급이었던 이유의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물론 시청률은 이제 더이상 작품의 성과를 제대로 알려주는 지표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콘텐츠 역시 팬덤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새로운 변화가 깔려 있다.
또한 '선재 업고 튀어'가 바꿔 놓은 건, OTT와 방송사가 공조하는 것으로 시너지를 내는 새로운 콘텐츠 노출 전략의 가능성이다. 한때 OTT의 경쟁력이란 넷플릭스가 주도했던 것처럼 구독자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고 믿었다. 그리고 사실 OTT의 초창기에 구독자 확보가 중요했던 시점에는 이런 방식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제 구독자 확보보다 이탈을 막는 것이 중요해진 현 시점에는 독점적으로 OTT에서만 보여주는 방식보다는 방송사와 연계해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게 됐다.
즉 '선재 업고 튀어' 같은 경우, 실시간으로 tvN에서 방영되면서 동시에 티빙에서 선택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시청률이나 구독자들의 소비 모두에서 시너지를 냈다. 즉 방송으로 접한 이들이 티빙을 통해 또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본방을 놓쳐도 티빙으로 소비하게 함으로써 또다시 본방을 이어볼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선순환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지난 6월 24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5월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전달보다 25만명 가량 증가했고, 티빙의 총 사용시간도 28일 기준 250만 10시간으로 넷플릭스(240만8179시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티빙이 서비한 스포츠 콘텐츠의 힘이 작용한 면이 있지만, '눈물의 여왕'에 이은 '선재 업고 튀어'의 연속 히트가 가져온 영향력도 적지 않다.
그래서 향후 '선재 업고 튀어'가 만들어낸 이 결과들은 상당 부분 K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작품 하나가 만들어내는 파괴력이 분명해졌다는 걸 알 수 있고, 그 파생된 효과들이 팬덤을 만들어냄으로써 영역을 뛰어넘는 배우의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나아가 여러 플랫폼을 활용함으로서 시너지 또한 가능해졌다는 걸 이 작품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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