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로 1년에 1000억…만수르도 먹었다는 ‘허니버터아몬드’ [남돈남산]
아몬드 한 알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아몬드 원물을 수입해서 가공한 후 세계 25개국에 공급하는 수출기업이 있다. ‘허니버터아몬드’를 생산하며 “‘에이치(H)’는 묵음이야”라는 광고 문구로 잘 알려진 기업 ‘바프’이다.
바프의 대표 생산 제품인 ‘허니버터아몬드’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자이자 세계적인 거부로 알려진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일명 만수르) 아랍에미리트 부총리도 먹는 아몬드로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부다비에서 열린 스포츠 행사에 마련된 만수르 왕자 탁자에 ‘허니버터아몬드’가 놓여 있었던 것이 우연히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바프 관계자는 “바프가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라 행사 주최 측에서 바프 아몬드를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바프는 ‘허니버터아몬드’를 필두로 군옥수수 맛, 와사비 맛, 떡볶이 맛, 흑임자 맛 등 다양한 맛의 아몬드를 선보이며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아몬드 가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바프의 브랜드 힘이 강해지면서 여러 브랜드가 협업을 제안할 정도다.
‘허니버터아몬드’는 2015년 1월 출시된 후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올해 5월까지 약 2억개(세트 제외, 단품 기준) 팔렸다. ‘허니버터아몬드’ 등의 인기에 힘입어 바프는 지난해 매출액 1092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했다.
윤문현 대표가 ‘허니버터아몬드’를 개발해 선보이면서 길림양행은 제조회사로 탈바꿈했다. 윤 대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와 회사를 더욱 잘 알리기 위해 지난해 1월 사명을 브랜드명이었던 ‘바프(HBAF)’로 바꿨다. 바프는 ‘Healthy but awesome flavour’의 약자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면서 맛있는 맛을 추구한다는 바프의 기업 철학을 담았다.
이번 ‘남돈남산’에서는 ‘허니버터아몬드’를 만들고 바프를 알짜 기업으로 키운 윤문현 바프 대표를 만나 바프가 걸어온 길 등에 관해 들어봤다.
대형마트에 PB제품 만들어 돌파구 마련
가족이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윤 대표는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들어와 회사의 모든 것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회사 자산, 채무 관계, 재고 등 하나씩 점검하면서 밤낮없이 일했다. 부가가치가 너무 낮은 사업 모델(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후 등 조건이 맞지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아몬드를 재배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사갖고 오는데, 수입해온 아몬드를 적당한 분량으로 나눠 마트 등에 납품하는 단순 유통업을 해왔기 때문에 기업 이윤이 거의 없었다.
“다른 아몬드 유통 업체들과 차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액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저희 회사가 마트 등 유통망(유통채널)에 가격을 더 싸게 공급하는 것뿐이었어요. 아몬드 유통 업체들끼리 출혈경쟁을 한 거죠.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대형 마트에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만들자고 제안해서 마트 등 유통채널에 PB 제품을 공급했어요. 문이 닳도록 마트 상품 기획자(MD) 등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영업했습니다.”
윤 대표의 전략은 적중했다. 마트 한 곳에서 길림양행의 아몬드 PB 제품 매출액이 1년에 수백억원대를 달성할 만큼 불티나게 팔렸다. 아몬드가 잘 팔릴수록 윤 대표의 고심은 깊어졌다. 단순 유통업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허니버터·와사비·흑임자 등 다양한 맛 개발
다양한 맛의 아몬드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몬드 겉면에 맛을 낼 수 있는 당액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없었다.
“기름에 아몬드를 튀긴 후 맛을 낼 수 있는 가루를 묻혀 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어요. 아몬드 등 견과류는 기름과 만나면 맛이 금방 변해요. 수분, 공기에 노출되면 산패합니다. 유통 과정, 소비자가 제품을 보관하는 방식 등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윤 대표는 아몬드를 기름에 튀기는 대신 굽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허니버터아몬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양산은 안 하고 있었다. 2014년 8월 해태제과에서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중고 제품 거래 온라인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될 만큼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14년 12월 말 편의점 지에스25(GS25)에서 ‘허니버터아몬드’를 만들어달라고 윤 대표한테 의뢰했다. 윤 대표는 곧바로 양산에 들어갔고, 약 일주일 후였던 2015년 1월 ‘허니버터아몬드’를 출시했다.
‘허니버터아몬드’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역상들이 새벽마다 공장으로 찾아와서 제품을 달라고 아우성칠 정도였다. 윤 대표는 특정 무역업체가 대량으로 아몬드를 구입해도 가격을 더 할인해주지 않았다. 일관된 가격 정책을 유지해야 무역상들이 수요와 공급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허니버터아몬드를 구입하고, 해당 국가에서 바프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책임감 있게 판매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6월 기준 바프의 아몬드는 미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영국, 네덜란드, 이집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세계 2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
바프는 제품군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뉴욕치즈버거 맛 팝콘 등 다양한 팝콘 개발에도 이미 성공했다. 일부는 판매되고 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다. 바프는 길림양행이 원래 해오던 견과류 판매업도 계속 하고 있다.
“마카다미아 등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견과류도 판매해보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바프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바프는 서울 명동, 부산 등에 여러 개의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전부 직영점이다. 서울 명동 매장에 가면 외국인들이 북적일 정도로 바프 아몬드의 인기가 좋아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도 여러 번 왔지만 가맹점을 내지 않았다.
“미국에서 성공한 식품 브랜드는 해외 어느 국가에 진출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국에서 인정받는 바프가 되고 싶습니다.”
바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뭘까.
“이윤 추구, 바프의 최대 성장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닙니다. 모범이 되는 기업,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리고 세계 어느 국가에도 바프처럼 다양한 맛의 아몬드를 개발한 곳은 없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몬드 제조 기업이 되는 것도 꿈꿉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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