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원·덜크·안토니 곰리·제임스 터렐…'월드클래스' 모이는 신안 '1004섬'
국내 최초 세계적 작가 '그래피티 마을' 조성…3년간 추진
비금도에 안토니 곰리 아시아 최초 최대 규모 작품
노대도에 빛의 마술가 제임스 터렐미술관
자은도에 교보타워 설계 마리오보타 박은선미술관 등
거장들 미술관·작품 설치 잇따라 세계적 '예술 섬' 주목
[신안=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적인 (그래피티)월드클래스가 뭉쳤다."
신안군 압해도에서 '위대한 낙서마을'에 참여한 미국 작가 존원(JonOne), 스페인 작가 덜크(Dulk)가 자부심을 보였다.
압해도에서 만난 존원은 "아름다운 신안에서 경쟁적인 스트리트 아티스들과 작업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했다. 덜크는 "자연적인 것들과 연관된 작품을 하는데, 신안은 자연환경이 매우 잘된 친환경적인 공간이다. 신안군의 관문인 압해도 섬에 그래피티와 스트리트아트를 소개할 수 있는게 특별하고 감사하다. 내 작품을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Expedition Expert로 유명한 덜크(Dulk)는 신안 압해읍사무소 우면에 달랑게, 저어새, 쇠제비갈매기 등 세계자연유산인 신안 갯벌의 동물들과 한국의 멸종위기 동물인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을 완성했다.
신안군의 위대한 그래피트 마을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추진된 벽화 마을과는 다르다. 세계 최초의 '그래피티 아일랜드' 조성에 착수한 신안군은 기존 전국에서 추진한 '벽화 마을'과는 달리 '글로벌한 섬'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2023년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인 어반브레이크가 신안군과 MOU를 체결하면서다.
신안군, 한국 최초 그래피티 타운 조성…"벽화마을 아니다"
존원은 "신안의 그래피티 마을은 세계적인 월드클래스가 모여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게 큰 차이다. 세계적이고 열정적인 작가들이 그 열정을 신안군과 나눈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술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깡촌이고 이름도 몰랐던 섬의 프로젝트지만 그래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존원은 (젊은 사람들이 없어)신혼부부에 1만 원에 빌려주는 아파트인 팰리스파크 2개의 벽면에 생기 넘치는 그래피티 작업을 선보인다.
"전쟁과 고통 갈등의 사회 속에서 대긍정적인 작품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게 중요하다. 스트리트아트를 접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제 부모님은 박물관을 데려간 적이 없었다. 스트리트 아트를 통해서 문화를 접했다. 거리에서 그런 작품을 보면서 그때 3가지를 질문했다. 누가 했고 왜 했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그래서 관심이 생겼고 그래피티 작가가 됐다. 아마 거리에서 작품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뉴욕에서 맥도날드를 먹는 그냥 미국인이 됐을거다. 그러면 신안에 와서 탕탕탕 낙지도 못 먹었을 것이다."
그래피티는 회화씬에서 비주류 마이너로 낙서화 정도로 취급됐지만, 이젠 파인아트 영역까지 올라와 문화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퐁피두센터·영국의 테이트 모던·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네덜란드의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갤러리들이 앞 다퉈 그래피티 작가들을 초대해 전시를 열고 있다.
존원은 2015년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훈장을 수상하며 동시대 그래피트 아트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LG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수많은 협업을 통해 예술세계를 확장해왔고, 국내에서는 가수 윤종신과 앨범 컬래버레이션으로 화제가 됐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2024어반브레이크’에서 뮤지션 홍이삭과 협업 무대를 펼칠 예정이어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존원은 "K팝을 좋아한다. 특히 뉴진스, 에스파 팬"이라며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며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세계 미술거장들 모이는 신안군…‘1섬 1뮤지엄’ 아트 프로젝트
한국 최초로 '위대한 그래피티(낙서)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배경에는 박우량 신안 군수의 열정적인 추진력이 힘이다. 전국 지자체 226곳 중 221위를 기록하며 국내 대표 인구 소멸 지역이던 신안군을 '1004섬'으로 브랜드화했다.
보라색으로 물든 퍼플섬, 노란 수선화의 섬, 12개의 예배당이 있는 순례자의 섬, 붉은 맨드라미섬, 수국 팽나무 섬에 이어 미술관이 있는 '예술의 섬'으로 변화 시키고 있다.
유명 작가들이 경쟁심을 갖고 참여하는 '위대한 낙서마을' 조성도 단순한 그림장식이 아닌 저항과 희망의 상징인 그래피티로 젊은 사람들을 이끌기 위한 플랫폼이자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관광 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그래피티 워크숍 등 청년 아티스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안토니 곰리·올라퍼 엘리아슨 작품·제임스터렐 미술관 건립 추진
특히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한 조각가 안토니 곰리 작품과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 미술관, 강남 교보타워를 설계한 마리오보타가 박은선 미술관을 설계하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김환기 생가 근처에 있어 눈길을 끄는 '플로팅 미술관'은 일본 작가 야나기 유키노리(柳幸典)가 설계에 참여했다. 박우량 군수는 "외벽이 온통 거울로 만들어진 이 미술관은 공동 묘지에 버려진 땅 5만 평을 사서 조성했다"며 "세계 최초의 물에 뜨는 뮤지엄이 될 것이다. 완공되면 아침부터 밤까지 예약제로 운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량 군수 '남이 가지 않는 길' 정책… '1섬 1정원'~'1도 1뮤지엄' 추진
신안군 전체를 색을 입은 섬으로 꾸미고 있는 박우량 군수의 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 김환기의 생가가 있는 섬으로 '1도 1뮤지엄'을 추진하며 세계적인 미술 거장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섬에도 문화예술이 꽃 피는 신안'을 테마로, 박물관 11개, 미술관 13개, 전시관 2개 등 총 26곳을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11곳이 건립 중이다.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비금도에 설치되는 안토니 곰리 작품은 설계가 다 끝나고 제작 중이다. 소금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아시아 최고 최대 규모로 물 속에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어서 벌써 화제다.
"최소 설계비만 수십억이 넘는 비싼 작품이고 거장이 과연 해줄까 하며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박 군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토니 곰리 작품을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더니 '내 작품이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영감을 얻고 쉬어 갈 수가 있다면 신안의 바다 비금도에 작품을 설치하는 의미'가 있다고 흔쾌히 수락했다"며 곰리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박 군수는 "지난 4일 비금도에 1박2일 방문한 곰리가 카프리 섬보다 더 아름답다고 했다"며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신안군 섬에 사는 높은 자긍심을 보였다.
세계 거장들의 작품이 유치되기 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1004섬'으로 이름이 나고 있는 신안군은 행운이 이어지고 있다. 곰리에 이어 강남 교보타워를 설계한 현대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도 박은선 미술관(인피니토 뮤지엄)을 짓는 것으로 확정되어, 이들 작품과 미술관이 완성되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전망이다.
박우량 군수는 '문화가 밥 먹여준다'는 모토다. 서울의 22배인 신안군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친다. 피아노 축제를 열고 '음악이 있는 섬'을 열면서 섬 사람들도 예술의 감동을 맛봤다.
문화예술이 꽃피는 '천사 섬'을 만들고 있는 민선 4선의 박 군수는 집념의 사나이로 통한다. "문화 예술이 융성하면 오래 살 수 있다"며 섬에 꿈을 입히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군민들도 슬리퍼 신고 흙 묻은 바지 입고도 당당하게 미술관에 가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문화 예술은 도시 사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를 입힌 섬들의 기적을 체감하고 있어요. 퍼플섬, 애기동백 정원 등 4계절 사람들이 방문이 이어집니다. 다양한 꽃이 피면서 사람이 꽃피는 마을로 되고 있어요. BTS가 안 와도 됩니다.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 미술관 하나만 있어도 경쟁력인데, 안토니오 곰리, 마리오보타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과 미술관이 설치되고 있어 신안군은 세계적인 '예술 섬'이 될 것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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