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올려도 노동력 부족…파격 이민정책 필요"

김응열 2024. 7.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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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분석…“출산율 2.1명 돼도 생산가능인구 감소”
이민정책 바꾼 獨·日…”숙련기술인력·정주 중심 정책 필요”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면 합계출산율 회복뿐 아니라 획기적인 수준의 외국인력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지난 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독일·일본 이민정책으로 본 한국 이민정책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생산가능인구 변화 시나리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합계출산율이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2.1명을 회복하더라도 생산가능인구는 내년 3591만명에서 2040년 2910만명으로 약 81%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가 목표한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회복하면 총인구는 2025년 5175만명에서 2070년 3771만명으로 줄어들고, 이 기간 생산가능인구는 3591만명에서 1791만명으로 급감한다.

보고서는 참고할 사례로 독일과 일본을 들며 인구변화 충격에 대비하려면 이민정책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거주허가 및 정주법’(이민법)을 제정해 정주형 이민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전문인력인정법, 기술이민법 등 지속적인 숙련기술인력·정주 중심의 이민정책을 펼쳐 인구충격의 속도를 늦췄고 생산인구 반등 효과를 거뒀다.

구체적으로는 △취업비자 발급대상 확대(대졸자→직업교육수료자·전문경력자 등) △비EU 출신 미숙련기술인력 문호 개방(직업교육 제공 등) △독일사회 정착 유도(독일어·시민교육 실시, 실업수당 제공 등) 등이다. 그 결과 독일 국민 중 18세~65세 비율은 61.2%이고 이주민 비율은 83.6%에 달한다.

일본은 생산인구 감소에 고용 연장, 여성노동력·비정규직 등 국내 노동인구 활용을 중심으로 대응해 왔고, 비숙련 외국인력 산업연수생(기능실습제), 유학생을 중심으로 외국인력을 도입해 왔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일본은 결국 지난 2019년 개호(간호·돌봄), 농업, 건설, 조선업 등에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특정기능제도’를 도입했다. 또 지난 6월 14일 ‘출입국관리법·난민인정법’을 개정해 30년간 유지해온 기능실습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외국인력 확보를 위한 ‘육성취업지원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일본 이민정책 비교.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크게 3가지 이민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우수한 산업인재를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독일·EU처럼 숙련기술인력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K-블루카드를 도입하는 것이다. EU 블루카드는 대졸자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일정 수준의 직업훈련과정을 수료한 숙련기술인력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다. EU 회원국 내에서 자유롭게 취업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가족동반과 동반가족의 취업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루카드 비자로 33개월 근무한 이후에는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는 혜택도 부여된다.

아울러 보고서는 이민근로자와 동반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통합·융화될 수 있도록 이주민 정주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05년 시행된 독일 이민법은 이주민 정주화 지원을 연방정부의 의무로 지정했는데 신규 이민자에게 독일어를 가르치고 법적·문화적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정부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주자를 바라보는 국민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다른 대표적 이민 국가에 비해 이주 배경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주형 이민정책을 실시한 독일은 국민의 71%가 이주민이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단순인력(E-9), 숙련인력(E-7)의 도입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외국인력 관리체계를 통합·일원화하는 등 외국인력정책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책 방향이 인력난 해소에 맞춰져 있다”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인구 감소, 지역 소멸 같은 인구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민자와 내국인 간 갈등 문제 등 사회적 통합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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