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청소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뭐든 두려워하거나 포기하면 안돼"[오늘의 DT인]

윤선영 2024. 7. 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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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자본금 등 밑천없는 일이라 청소 시작
직원 4만7000여명 거느린 회사로 성장
사람 중심인 만큼 무엇보다 인성 중시
같이 일하고 싶은 회사 만드는게 목표
작년 스카이다이빙 성공…끝없는 도전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윤선영 기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은 지난해 초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했다. [삼구아이앤씨 제공]

'손이 시렵지 않았고 발이 시렵지 않았던 어느 봄의 날이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구자관(79·사진)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의 집무실 앞 벽면에는 창립을 추억하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지금은 직원 4만7000여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구 책임사원이 홀로 서울 곳곳을 누비며 화장실 청소에 나섰던 게 삼구아이앤씨의 시작이었다.

구 책임사원은 지독한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만 마친 뒤 바로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했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청소용품 하나만 들고 업계에 뛰어들었다.

창립 기념일을 정해야 하는데 처음 청소를 시작했던 날짜를 정확히 알 길이 없었다. 이에 청소하기 좋은 날씨인 계절의 여왕 5월, 그중에서도 스승의 날이기도 한 15일을 창립 기념일로 정했다.

"그 당시 청소를 택한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단지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본금과 같은 밑천 없이도 걸레와 빗자루만 들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시작했습니다. 다른 집 화장실 청소를 해주러 가는데 특별한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오로지 노동력 하나로 출발한 삼구아이앤씨에는 '사람 중심의 기업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같이 일하고 싶은 회사, 누구나 바라는 기업으로 남는 게 구 책임사원의 목표다.

근무하는 거의 모든 인원이 정직원이며 공개 채용을 진행할 때도 신입사원 모집이 아닌 '인재 영입'이라고 표현한다. 구 책임사원은 스스로를 대표나 회장, 최고경영자(CEO)로 칭하지 않고 책임대표사원이라고 소개한다. 회사 구성원을 생각하는 마음, 사원을 대표해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람 중심인 만큼 무엇보다 인성을 중시한다. 인재 영입 절차는 여느 기업과 다를 바 없지만, 구 책임사원은 마지막 과정에서 지원자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꼭 살펴본다.

"공채 모집 시 서류 전형, 적성 검사 등을 거치기 때문에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지원자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돼 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종 합격자를 추려내야 하는 만큼 짧은 면접 시간만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생활기록부에는 지원자의 인품, 성품, 특성부터 3년이라는 기간에서의 성장 과정까지 모든 게 담겨 있는 데다, 학년마다 담임 선생님이 다르니 어느 정도 객관성도 담보할 수 있습니다."

구 책임사원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한다. 2008년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고 2011년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찍부터 생업 전선에 나선 탓에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 있다는 게 구 책임사원의 설명이다. 최근에도 매일같이 조찬회에 참석해 지식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부 외에는 50대에 진입한 후 골프와 스키를 시작했다. 60대에 오토바이를 탔고 70대에 들어서는 비행기 조종을 배웠다. 7년 전에는 세계 3대 트래킹 코스인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일을 완주했다.

지난해에는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고, 86세가 되는 해에는 세계 최고령 기록을 깨기 위해 다시 한번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일을 완주할 계획이다.

"무엇이든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공부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는 있어요. 또 제가 현안을 모르고 부족하면 구성원들이 일 처리 과정에서 소통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도 배움은 지속해야지요."

삼구아이앤씨는 현재 건물 종합부동산위탁관리뿐 아니라 후공정 솔루션, 제조, 하이브리드형 물류, 전문 컨세션 등 폭넓은 사업 영역을 영위하고 있다. 이 분야 국내 선두기업이다. 매출은 2018년 1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 2조원을 넘어섰다.

1976년 법인을 설립한 이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까지는 수십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2조원까지는 4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향후 매출목표는 어떨까. 구 책임사원은 "당장 금년의 매출 목표란 건 없다"고 답했다. 이미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한 상황에서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게, 5조 또는 10조까지 가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다.

구 책임사원은 "저 뿐만이 아니라 기업가들은 모두 똑같이 고민하고 있을 거다.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느라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 책임사원이 확고하게 지키는 분명한 철학은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 책임사원은 끝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심스레 한 마디 한다면 '어떤 일이든지 두려워하거나 포기하지 말아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요새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저도 이 나이에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어요. 스카이다이빙은 하나의 예일뿐 어느 것이라도 만약 겁이 나서 포기했다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무작정 목숨을 걸고 나서라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커다란 후회로 남을 수 있잖아요."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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