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킨 ‘김희애’ 이름값, 이유 있었다[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4. 7. 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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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애, 사진제공|넷플릭스



40여년 지킨 배우 ‘김희애’의 이름값엔 응당 이유가 있었다. 타고난 재능 외에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겸손한 마음이 그를 지금까지 톱스타로 존재하게했다.

“나이를 자꾸 먹으니 혀 근육도 굳나봐요. 대사 생각도 잘 안 나고요. 그래서 더 대사를 제대로 외우려고 강박을 갖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하고 영어 공부를 하는 것도 뇌를 더 유연하게 쓰려는 일환 중 하나에요. 배우는 육체와 기억력이 중요한 직업이니까 더 신경쓰는 거죠. 당연히 관리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는데, 그거 안 하면 제가 할 게 뭐가 있겠어요? 식단 조절에서 잃는 것도 있겠지만 건강을 얻잖아요. 밤에 나가봤자 사건 사고나 생길 게 뻔하고. 괜히 기어나가지 말고 집에 있는 게 제 맘도 편해요.”

김희애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돌풍’(감독 김용완)으로 박경수 작가, 설경구와 만난 소감과 배우로서 달라진 연기관 등 다양한 이야를 들려줬다.

배우 김희애, 사진제공|넷플릭스



■“박경수 작가, 각자 신념을 존중하는 겸손한 사람”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추적자: 더 체이서’ ‘펀치’ ‘귓속말’ 등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첫 넷플릭스 시리즈 도전작으로, 김용완 감독과 설경구, 김희애 등이 뭉쳤다.

“처음 박경수 작가 작품이라며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설렜어요. 이전부터 꼭 박 작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싶었죠. 기존 작품들도 재밌게 봤지만 이번 ‘돌풍’은 그걸 뛰어넘는 깊이감과 다이나믹한 일들이 섞여 한 작품으로 완성됐다는 게 경이로울 정도로 좋았어요. 제가 맡은 정수진 캐릭터도 매력 있었고요. 실제 만난 박경수 작가는 겸손하고 자신의 것만 고집하지 않는 열린 사람이었어요. ‘저렇게 똑똑하고 훌륭한 작가도 많이 열어놓은 채 반성하는구나’란 생각에 되돌아보기도 했고요.”

‘돌풍’ 속 김희애, 사진제공|넷플릭스



설경구와는 영화 ‘보통의 가족’ 이후 또 다시 만났다. 그가 직접 대본을 건넸다는 뒷얘기도 귀띔했다.

“‘보통의 가족’ 마지막 촬영날 ‘차기작 뭐 잡혔어요?’라고 물었는데 설경구가 ‘없어요, 놀 거예요’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제안해보자는 마음으로 대본을 전달했어요. 아마 대본이 재미 없었다면 안 했겠죠?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배우들도 인연이 안 되면 한번을 못 만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연달아 같은 작품을 한다는 건 인연이 있다는 거예요. 이 세상에 설경구와 작업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전 행운이었어요.”

배우 김희애, 사진제공|넷플릭스



■“연기 호평 감사하지만, 상대배우에게 인정받는 게 1순위”

JTBC ‘부부의 세계’ 이후 재회한 김영민은 부러울 정도로 동안이었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워낙 성실한 배우고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연기도 잘하는데 게다가 너무 동안이야! 극 중 제게 ‘수진아’라고 부르는데 저보다 어려보이는 거에요.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깜짝 놀랐다니까요. 완성본으로 볼 땐 그 캐릭터 해석력에 더 감탄했어요. 굉장히 어려운 배역이었거든요.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고, 아버지와 관계에선 약한 면모도 보여줘야 하죠. 적당히 야비하면서 적당히 동정심도 유발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그 경계선을 오가며 멋진 연기를 보여줘, 앞으로가 더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그 역시도 ‘돌풍’으로 새로운 김희애를 발견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담담했다.

“다른 사람들이 칭찬해주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 이상 더 바란다면 제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연기해오면서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에, 이젠 제 상대역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것 딱 하나만 생각하거든요. ‘김희애와 만나면 연기가 더 잘 나와’란 말을 듣고 싶어요. 이전엔 시청자에게 좋은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이후엔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잘 하는 배우’란 소릴 듣고 싶었는데 이젠 달라졌어요. 제 상대역이 인정해야 모니터 앞 감독, 스태프들이 잘 볼 테고, 나아가 TV 앞 시청자들이 감동받는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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