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늦는다" '무척 소중한 팀'이었기에 물러선 조성환 감독의 '진심'

박찬준 2024. 7. 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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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감독님에게 인천 유나이티드는 어떤 의미인가요?"

경기 후 기자회견. 덤덤하게 버텨가던 조성환 감독은 결국 이 질문에 무너졌다. 인천과 함께 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한참을 답하지 못한 채 테이블에 엎드려 눈물을 터뜨린 조 감독은 "무척 소중한 팀"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정말 좋은 분들과 4년간 함께 했기에 제가 아쉬움이 커서 더 이러는 것 같다. 그런 게 없다면 시원하게 화내면서 집어던지고 갈 텐데…"라며 "좋은 추억과 정이 쌓였고, 애정이 남다른 곳"이라고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조 감독이 인천을 떠났다. 그는 5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스포츠조선 5일 단독 보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이루어지며,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조 감독은 전날 전달수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고위층을 만나, 자신의 뜻을 전했고, 전 대표는 그간 고생한 조 감독의 손을 꼭 잡아줬다.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5일 홈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는 조 감독의 고별무대였다. 조 감독은 이날 평소 입던 트레이닝복 차림이 아닌 회색 정장을 입고 나왔다. 팬들을 위한 예였다. 경기장에 오기 전 선수들에게 사퇴 의사를 알린 조 감독은 자신의 손으로 무승 행진을 끊고 싶은 듯, 자신 사퇴 보다는 승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경기는 후반 43분 터진 무고사의 극장 동점골로 1대1로 마무리됐다. 무승의 고리를 끊지는 못했지만,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인천 선수단은 조 감독을 헹가래 쳤고, 관중석에서는 '조성환'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성적 부진으로 떠나는 감독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애틋했다. 물론 결과까지는 아니지만, 조 감독이 평소 원했던 엔딩이었다.

조 감독에게 인천은 그의 말대로 '무척 소중한 팀'이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를 나와 야인으로 지내던 조 감독은 2020년 8월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만나자마자 '케미'가 폭발했다. 당시 인천은 '이번만큼은 강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단 역시 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올 시즌 보다는 다음 시즌 승격에 초점을 맞추자'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조성환 매직'이 터졌다. 인천은 믿기힘든 상승세를 탔고, 결국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이 기적 같은 잔류는 인천을 바꿨다. 조 감독은 더이상 잔류에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감독, 전달수 대표, 임중용 단장 삼두체제가 완성된 인천은 '잔류왕' 이미지를 벗고 '강팀'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2021년 8위를 기록한 인천은 적극적인 투자 속 2022년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리그 4위에 오르며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찍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도 인천은 5위에 오르며 파이널A 진출에 성공했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힘이 모여 만든 결과지만, 중심에는 역시 조 감독이 있었다. 조 감독은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리더십으로 인천을 깨웠다. 조 감독은 인천에 진심이었다. 그는 항상 인천을 상징하는 '검파(검정색+파란색)'색의 시계와 운동화를 신고 경기장에 나섰다. 틈만나면 구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구단 행사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으며, 필요하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지갑까지 열었다. 특히 조 감독은 인천 팬을 아꼈다. 홈원정을 가리지 않는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팬들에 늘 감사함을 느꼈다. 조 감독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구단 첫 ACL 경기에 사비를 들여 팬들의 원정 응원을 지원했다. 물병투척 사건으로 서포터스가 폐쇄된 것에 누구보다 아쉬워했던 조 감독이었다. 사비로 벌금을 보태기도 했다.

조 감독은 "매 경기 물을 떠 놓고 인천이 잘하기를 응원하고 빌겠다"고 했다. 위기 속 팀 사정을 감안, 환송식을 해주겠다는 구단의 제안까지 거절한 그다. 조 감독은 시즌 전부터 "올해가 고비"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결국 그의 걱정대로 됐다. 조 감독은 "이번이 아니면 늦는다"며 책임을 졌다. 인천이 '무척 소중한 팀'이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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