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나도 돈안되는 줄기세포약, 빛바랜 '세계 최초' 타이틀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외 3개 품목 年 매출 10억 내외…10년째 후속 허가 품목 부재
내년 2월 시행 예정 '첨생법' 기대…"우호적 개발 환경 조성에 활기 기대"
'세계 최초 허가' 타이틀을 보유한 국산 줄기세포치료제의 상업적 성과가 미미하단 평가가 나온다. 2011년 이후 총 4개 품목의 허가가 났지만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품목은 단 1종에 불과해서다.
상업적 성과가 더디게 나오고 규제 장벽은 낮아지지 않고 있어 신규 줄기세포치료제 허가 품목도 10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내년 시행이 예고된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길 기대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허가된 4종의 국산 줄기세포치료제 가운데 최고 매출 품목은 지난해 215억7000만원을 기록한 메디포스트 '카티스템'이었다. 반면, 나머지 품목들은 8억~16억원 수준에 그쳤다.
품목 간 두드러진 매출 격차 배경은 적응증 차이가 우선으로 꼽힌다. 카티스템은 퇴행성관절염의 일종인 무릎연골결손 치료제다. 고령화에 따라 나날이 처방이 늘고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무릎 관절증 환자(진료 인원 기준)는 300만명 이상이다.
이에 카티스템은 2012년 허가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36%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달 누적 투여 환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연령 및 성별에 상관없이 가능한 상용범위에 유명 운동선수들도 치료받으며 입소문을 탄 점도 동력이 됐다.
반면, 나머지 3개 품목은 대체 치료제 또는 치료법이 존재하거나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처방 역시 한정적이다. 2011년 7월 세계 최초로 품목 허가를 획득한 파미셀의 급성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는 지난해 매출액이 8억2000만원에 그쳤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불과하다. 급성심근경색 치료가 혈전용해제 투여나 관상동맥술 등이 주로 선택되는 탓에 수요가 크지 않은 탓이다.
안트로젠 '큐피스템'(2012년 허가)과 코아스템켐온 '뉴로나타-알'(2014년 허가)은 질환의 희소성이 매출 장애물로 작용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11억4000만원, 16억1000만원이다. 두 품목은 각각 크론성 누공(크론병 환자 항문 주변에 염증으로 인한 구멍이 생기는 합병증)과 루게릭병 등 환자 수가 제한적인 질환을 타깃 한다. 국내 크론병 환자 수는 약 3만명, 루게릭병은 연간 약 500명의 환자가 국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세포치료제는 기존 약물 치료와 달리 체내 채취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해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치료제다. 의료 분야 궁극적 지향점인 재생의료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국내는 연구가 본격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임상을 수행할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부족한 상용화 성공 사례에 국산 줄기세포치료제는 10년째 후속 허가 품목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아토피 치료제 임상 3상 단계의 강스템바이오텍이 다섯번째 허가 예상 주자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3상 탑라인(주요 지표) 결과를 발표하며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여기에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논란으로 인해 좀처럼 풀리지 않던 규제와 2018년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던 네이체셀의 주가 조작 논란 역시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업계는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첨생법이 줄기세포치료제 시장 동력으로 작용하길 기대 중이다. 첨생법이 시행되면 임상 단계 줄기세포치료제가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한 경우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해 진다. 기존 희귀난치성 질환에 한정돼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대대적인 개발 환경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또 제한된 치료 환경에 해외 원정 처방 환자 역시 줄어드는 만큼, 줄기세포치료제를 향한 부정적 인식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정식절차를 거쳐 이미 허가 품목을 배출한 개발사 입장에선 경쟁자 진입이 보다 수월해지는 첨생법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인 개발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돼 관련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한 인식 변화는 분명 반길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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