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오아시스…'윈윈' 모델 찾을까
인수 방식이 관건…'지분 맞교환' 오아시스 제안 수용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국내 3위의 종합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성사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앞둔 오아시스와 5천억원대 투자금 회수가 급선무인 11번가 재무적 투자자(FI)가 모두 만족하는 결론이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매각을 주도하는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을 전달했다.
11번가 인수 희망 업체가 등장한 건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과 FI 간 협상이 지난해 10월 최종 결렬된 이래 8개월 만이다.
오아시스가 언론을 통해 인수 의지를 공식화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반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11번가 매각 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아시스는 그동안 11번가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되지 않은 업체다. 업계에서도 오아시스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내부적으로 기업공개(IPO) 재도전과 사업 확장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상당 기간 11번가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수요 예측 결과가 기대를 벗어나자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희망 범위(3만500∼3만9천500원) 아래 가격을 제시하면서 기업가치 평가액이 애초 오아시스가 생각한 1조원대보다 낮은 7천억원대에 그쳤다.
결국 오아시스는 IPO에 성공하려면 몸값을 키워야 한다고 봤고 그 방편으로 매출액이 자사 2배에 가까운 11번가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11번가와 오아시스 매출액은 각각 8천655억원, 4천754억원이다.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하면 연 매출이 단순 합산하면 1조원을 훌쩍 넘어 외형 면에서 G마켓(지난해 매출 1조1천967억원)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게 된다. IPO에서도 오아시스가 원하는 1조원대의 기업가치를 노릴 수 있다.
컬리처럼 신선식품을 넘어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핵심 사업인 신선식품에 월 800만명이 이용하는 오픈마켓까지 품어 물류, 고객 기반 등에서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테일 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컬리도 초기 사업 모델인 신선식품 일변도에서 벗어나 뷰티, 패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급속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11번가가 고강도 긴축 속에 수익 개선의 희망을 보여준 것도 오아시스에 고무적인 부분이다. 11번가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9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7% 줄었다. 특히 1∼5월 누적 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흑자로 돌아서며 1∼2년 내 연간 손익분기점 달성 기대감을 높였다.
11번가도 오아시스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신선식품과 연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11번가 최대 주주 SK스퀘어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지분을 정리하는 게 반도체 투자전문회사로의 변신을 꾀하는 자사 미래 전략에 부응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성공 여부는 오아시스가 어떤 방식으로 11번가를 인수하느냐와 가격에 달려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오아시스의 현금보유액은 1천200억원대다. FI가 희망하는 '5천억원+α'에 한참 못 미친다.
이를 고려해 오아시스는 지분 교환 방식의 인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주식 일부와 물류 관계사인 루트의 신주를 11번가 지분 100%와 맞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루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11번가 FI로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옵션이다.
투자업계에선 다만, 오아시스의 IPO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합리적인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오아시스가 인수 협상 과정에서 인수금융이나 제3의 FI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지분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11번가 매각 이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 출현과 플랫폼 간 경쟁 격화, 소비 침체 등으로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져 인수 의향 기업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오아시스와 FI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 '윈윈'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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