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 독자를 찾는 일

한겨레 2024. 7. 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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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출판사에서 일을 할 때는 거의 모든 문학상 시상식에 참여했었다.

잘 차려입고 축하하러 가는 일이 어설퍼 친구들 집의 혼사도 빼먹기 일쑤라 식장에 들어가 인사하는 것부터 곤혹스러웠다.

지난 일요일에 폐막한 서울국제도서전 안에서 작은 시상식이 있었다.

외국에서 온 친구들은 서울국제도서전에 관객이 많은 것에 한번 놀라고 그중 대부분이 젊은 여성 독자들이라는 것에 두번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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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양아치의 스피치

문학 출판사에서 일을 할 때는 거의 모든 문학상 시상식에 참여했었다. 잘 차려입고 축하하러 가는 일이 어설퍼 친구들 집의 혼사도 빼먹기 일쑤라 식장에 들어가 인사하는 것부터 곤혹스러웠다. 축사라도 해야 할 상황에는 꼭 원고를 써 가서 재빨리 읽고 내려왔다. 쑥스럽기도 하고 실수할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니 객석에 앉아 작가의 소감이 귀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이런 일도 익숙해지는 건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수상 소감이 들리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작품을 만들기까지 겪었던 어려움,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수상의 기쁨까지 더해져 이만큼 재미난 이야기가 없다. 요즘은 어디 가도 수상 소감을 주의 깊게 듣는다.

지난 일요일에 폐막한 서울국제도서전 안에서 작은 시상식이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 5년 전에 훌륭한 디자인을 가진 책을 골라 시상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들 때부터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공정한 심사와 애를 써서 쓴 심사평이었다. 골라내기 위해서 깎아내리지 않고 애정을 담아 지지하는 심사평을 붙이려고 노력했다. 비판과 질정은 비평의 몫이고 심사평엔 격려와 사랑을 붙였다. 작년부터는 뛰어난 어린이 책에 주어지는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웹소설·웹툰과 같은 대중적인 콘텐츠에 주어지는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을 신설했고 올해는 중요한 학술적 기여를 한 책에 주어지는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이 신설됐다. 분야마다 10권씩 뽑고 10권 중 한권을 골라 대상으로 호명했다.

상을 받는 사람만 40명인 시상식을 별도로 마련하면서, 상을 받은 모두의 소감을 듣기로 했다.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 대상을 받은 ‘휘말린 날들’. 에이즈에 휘말린 사람들과 함께 싸운 작가의 소감에 울컥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용감한 책으로 부르고 싶었다. 사회자도 이어지는 소감들에 목이 메어 청중들에게 숨기느라 애를 먹었다.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대상은 ‘양아치의 스피치’에 돌아갔다. 재미있는 책으로 뽑혔다고 모두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책들은 아니다. 예를 들어, ‘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는 생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엄숙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누군가의 마지막을 대하면서 어찌 옷매무새를 당겨 고치지 않을 수 있을까?

외국에서 온 친구들은 서울국제도서전에 관객이 많은 것에 한번 놀라고 그중 대부분이 젊은 여성 독자들이라는 것에 두번 놀란다. ‘양아치의 스피치’를 읽으면서 젊은 남성 독자를 찾아나설 수 있는 힌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귀자는 솔(남)에게 한 이도(여)의 대답. “밈, 유행어, 은어, 신조어, 비속어, 비문 없이 15분 이상 나랑 대화할 수 있다면 사귈게.” 솔은 이도와 사귀기 위해서 노력하는 동안 깨달았다. “난 사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재수 없었어. 패러디하면서 비웃으면 아무리 잘난 사람도 아주 쉽게 우습게 만들 수 있더라고. 그래서는 말이 통하지 않고 마음을 알긴 힘들지.” 이도도 고백한다. “나도 단점이 많아. 고지식하고 느려. 밈이나 유행어도 발생 과정부터 들어야 왜 웃긴지 이해가 돼.” 차이를 깨닫고 중간에서 만나 서로 사귀게 된 주인공들. 모두 함께 책을 읽을 방안을 찾는 모색을 여기서 시작한다.

만화 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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