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양산 앞둔 국산 초음속 KF-21, 풀어야 할 과제는 뭘까 [박수찬의 軍]
국내 기술로 만든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생산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6년 첫 납품을 목표로 방위사업청과 KF-21 2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달 25일 맺었다. 1조9600억원 규모의 계약엔 전투기와 기술 교범, 교육 등 후속 군수 지원이 포함됐다.
이번 계약으로 KF-21 양산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 잠자고 있는 문제들이 불거지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조정 거듭했던 KF-21 가격
군과 방산업계 안팎에선 KF-21의 대당 가격 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공대공미사일과 AESA 레이더의 연계 검증시험이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초도 양산 물량을 40대에서 20대로 줄일 것을 권했다.
방위사업청은 20대를 먼저 계약하고 남은 20대는 추가 검증시험 후 계약하는 ‘20+20’ 양산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KF-21 대당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줄어들면서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였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환율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대당 가격은 1200억원대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하거나 과다하게 계산됐다고 판단되는 비용을 찾아내 대당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였다. 이를 위해 관련 자료 분석, 연구용역 발주, 업체 방문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방위사업청 입장에선 KF-21 대당 가격 상승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후속 양산과 향후 수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첫 양산단계서부터 대당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후속 양산사업비도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가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해 4.5세대 비(非)스텔스기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KF-21이 가격 경쟁력마저 없다면 수출을 통한 손익분기점 달성은 불가능하다.
비용을 낮추려면 원가검증이 필수다. 이를 통해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다. 이 작업은 KF-21 체계종합업체인 KAI가 주로 담당하는 기체 등의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KF-21에 탑재되는 대표적인 관급 장비(정부가 획득해 계약 업자에게 제공한 장비)는 F414 엔진과 AESA 레이더다.
남은 것은 KAI와 협력업체가 맡는 항공전자, 기체 등을 포함한 체계통합 관련 요소다.
체계통합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등을 계산하면 공수(생산단위당 작업시간)를 파악할 수 있다. 공수를 이용하면 노무비(인건비) 산출이 가능하다.
노무비에 고정비가 포함되면 생산량이 감소했을 때 원가는 늘어난다. 해당 공정에 투입된 인원이 실제 수요와 맞지 않아도 원가는 증가한다. 이같은 부분들을 검증하면 원가 상승 요인을 억제해서 예산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원가검증 작업을 통해 방위사업청은 KF-21 대당 가격을 935억~940억원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쥐어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중에 10%가 가산되어도 대당 가격은 1000억원을 약간 웃돌 전망이다.
비용을 낮추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래 국내 무기도입사업에서 원가검증을 하면 해당 업체와 격론을 벌이면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KF-21 첫 양산계약은 40대에서 20대로 변경됐다. 모든 변수를 다시 살피면서 검증을 해야 하는 셈이다.
KF-21 첫 양산계약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생산 작업은 이르면 이달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KAI는 올해 초부터 협력업체 부품 공급망 점검 및 생산 설비 구축과 치공구 확보 등을 진행해왔다.
양산단계 진입을 통해 그동안 지적됐던 공대공미사일과 AESA 레이더의 연계, 대당 가격 등을 둘러싼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전망이다.
하지만 잠재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성과기반 군수지원(PBL)으로 대표되는 후속군수지원이다.
PBL은 전문업체가 계약품목에 대한 군수지원을 전담해 성과달성에 따라 성과금 또는 벌과금을 받는 제도다.
국내에서도 PBL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KAI는 2010년 KT/A-1을 시작으로 T-50 계열과 수리온 헬기 등에 대한 PBL을 실시해왔다. 공군도 미국 보잉사와 F-15K PBL을 진행했다.
문제는 KF-21이다. KF-21 첫 양산계약에는 PBL로 보이는 후속군수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기체와 엔진은 10% 미만이지만, AESA 레이더는 소자 등의 문제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게 설정됐다.
KF-21은 쌍발엔진과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AESA 레이더를 갖춘 4.5세대 전투기다. 이 정도 수준의 전투기를 국내에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후속군수지원 소요와 비용 등을 계산할 때 국내에서 참고할만한 사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와 비용 전망이 얼마나 정확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해외 업체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단발 또는 쌍발 엔진 탑재 전투기를 이미 여러 개 개발해 운용했고 생산량도 수백대다. 이를 통해 신형 기종의 수명주기 내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문제에 더해 PBL 비용까지 오르면, KF-21의 후속군수지원도 영향을 받게 된다. 국산 항공기에 대한 PBL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한 대응을 통한 가동률 유지인데, 비용이 상승하면 이같은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는데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수출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전에서 검증된 라팔이나 유로파이터와 경쟁하려면, 대당 가격은 물론 후속군수지원비도 충분한 우위를 갖춰야 경쟁력이 강해진다. 방산수출진흥 차원에서라도 PBL 문제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KF-21은 한국이 처음으로 만든 초음속 전투기다. 그런 KF-21이 충분한 성능을 내면서 비행하려면, 그 뒷받침이 튼튼해야 한다. KF-21 수명주기동안 양산비와 후속군수지원비 등을 포함한 비용과 기술적 측면에서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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