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47만원, 뉴진스 50만원, 비싼 스킨가격 그림자 [視리즈 ]

이혁기 기자 2024. 7. 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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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게임 스타 마케팅 빛과 그림자➊
게임 속 캐릭터 된 스타들
수십만원 달하는 가격 문제
캐릭터 강해지는 것도 아냐
스킨 활용 제한하기도
논란 커지는 스타 마케팅
유명 연예인을 게임 속 캐릭터로 만드는 '스타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현재 즐기고 있는 게임에 캐릭터로 나온다고 가정해 봅시다. 고작 '스킨'일 뿐이지만, 열성팬이라면 기꺼이 돈을 주고 구매할 겁니다. 내 '최애'를 게임 속에서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일 테니까요.

# 그런데 그 스킨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한다면 어떨까요? 선뜻 지갑을 열어젖히는 게 망설여질 겁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스킨을 팔아대는 게임사도 못마땅할 겁니다.

# 이는 가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고가 스킨 가격' 이슈를 예를 들어 설명한 겁니다. 실제로 유명 프로게이머 페이커, K-팝 스타 뉴진스의 스킨은 40만~50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 게임사들은 "해외의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2월 출시한 '레이디 가가'의 캐릭터 스킨은 1만6500원 수준입니다. 최근 공개한 미국 유명 가수 '빌리 아일리시'의 스킨 가격도 1만9800원가량입니다. 국내 게임사가 게이머들을 '호갱' 취급한 셈입니다. 더스쿠프가 視리즈 '게임 스타 마케팅 빛과 그림자' 1편에서 게임 속 스타 마케팅의 그림자를 밟아봤습니다.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를 기용하는 '스타 마케팅'은 게임 업계에서 자주 활용하는 홍보 수단입니다. 스타의 높은 인지도를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어모을 수 있는 데다, 게임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은 좀 뜸하지만, 정장 차림의 연예인이 휴대전화를 들고 게임을 홍보하는 광고를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스타가 아예 게임 속으로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넥슨의 대표작 '서든어택'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게임에 연예인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이돌, 걸그룹부터 배우·운동선수·인터넷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스킨'으로 판매했죠. 지금까지 서든어택이 출시한 연예인 스킨 개수만 180개가 넘습니다.[※참고: 스킨은 게임 속 캐릭터 의상의 일종입니다. 넥슨은 서든어택을 무료 배포하는 대신, 스킨을 판매하는 것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연예인을 캐릭터로 판매하는 방식은 '연예인 굿즈'에 친숙한 젊은 소비자에게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볼까요. 교복 브랜드 엘리트 학생복의 지난해 5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10~20대 1142명 중 40.0%(복수응답)가 '연예인 굿즈를 사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해본 적 있냐는 질문엔 '경험해 봤다'가 27.0%, '해본 적은 없지만 할 수 있다'가 57.0%에 달했습니다.

서든어택은 오래 전부터 연예인 스킨으로 쏠쏠한 매출을 올렸다.[사진=넥슨 제공]

이런 수요 덕분인지 연예인 스킨으로 게임사가 거두는 매출은 쏠쏠한 편입니다. 일례로, 서든어택 운영사이자 넥슨의 자회사인 넥슨GT는 2021년 2분기에 역대 최고치인 매출 151억3200만원, 영업이익 88억62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0%·585.0% 증가한 수치로, 이 게임이 출시 20년차 게임이란 걸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당시 넥슨GT는 보고서에서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 등을 모티브로 한 스킨이 선전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도 스타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그중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이엇게임즈·이하 롤·LoL)'와 '배틀그라운드(크래프톤·이하 배그)'입니다. 먼저 롤부터 볼까요. 롤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5월 29일 롤 프로게이머 '페이커(Faker)'의 업적을 기리는 캐릭터 스킨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롤은 몰라도 페이커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페이커는 e스포츠 업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립니다. 11년째 현역으로 뛰면서 국내 리그(LCK) 역대 최다 우승(10회), '롤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 역대 최다 우승(4회) 등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9월 개최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e스포츠 롤 부문 결승전에서 우승해 금메달도 목에 걸었습니다.

이런 명성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라이엇 게임즈는 '페이커 스킨'을 제작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이 스킨을 착용하면 캐릭터의 게임 내 효과들이 한층 더 화려해집니다. 또 페이커의 친필 사인부터 소속 팀인 'T1'을 상징하는 붉은색 등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스킨 이곳저곳에 듬뿍 넣었죠. 그렇게 기대를 한껏 끌어모은 이른바 '페이커 헌정 스킨'은 2주 뒤인 6월 13일 출시됐습니다. 목이 빠져라 스킨 출시를 기대했던 전세계 팬들은 스킨을 사기 위해 앞다퉈 게임에 접속했습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페이커 헌정 스킨을 총 3가지 출시했는데, 상위 스킨을 구매할수록 캐릭터가 더 화려해집니다. 팬들이 원하는 건 가장 많은 부가 기능이 들어있는 '불멸의 전설 아리'로 판매가가 5만9260라이엇포인트(RP)입니다. RP는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롤의 가상화폐입니다. 한화로 따지면 스킨을 얻기 위해 47만1700원어치의 RP를 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금액에 전세계 롤 게이머들은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아무리 페이커라고 해도 너무하다' '게임을 사는 것도 아니고 게임 스킨에 50만원 가까이 결제하라니 말도 안 된다'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비싼 스킨 가격을 꼬집는 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해외 일부 게이머들은 페이커 헌정 스킨을 쓰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습니다. 페이커 헌정 스킨을 이용하려면 롤의 캐릭터 중 하나인 '아리'를 자신의 아바타로 선택해야 하는데, 롤 기능 중에는 너무 강력하거나 게임 내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캐릭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밴(사용금지)'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걸 이용해 해당 게임 내에서 아무도 아리를 고르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스킨 사용을 막는 거죠. 실제로 10%대에 머물던 아리의 사용금지 확률은 스킨을 출시한 직후 최고 25.0%(6월 13일 기준)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스킨 가격을 향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겁니다.

그럼 배그는 어땠을까요? 이 게임은 지난 6월 12일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배그 제작소에서 꾸러미를 열면 뉴진스 멤버의 캐릭터 스킨을 비롯해 무기 스킨, 뉴진스 인기곡 안무 등 다양한 치장용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페이커와 마찬가지로 뉴진스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배그 이용자들은 스킨이 나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죠.

그런데, 이 꾸러미엔 '확률'이 존재했습니다. 꾸러미에서 캐릭터 스킨이 없는 '꽝'이 나올 수도 있는 거죠. 스킨이 나올 확률도 멤버당 5.3%로 무척 낮은 편입니다. 배그 운영사 크래프톤은 4회 연속 실패 시 5회째엔 확정적으로 캐릭터 스킨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적어도 꾸러미 5개를 사야 멤버 한명의 스킨을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뉴진스 스킨을 전부 모으려면 얼마가 필요할까요? 계산기를 두드려 봤습니다. 평균 10만~12만원이면 뉴진스 스킨 1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멤버 5명을 다 갖추려면 50만~60만원이 필요한 셈입니다. 기껏해야 몇만원쯤 할 거라 생각했던 게이머 입장에선 볼멘소리를 내뱉을 만합니다.

배그에서 뉴진스 스킨을 전부 모으려면 수십만원을 내야 한다.[사진=크래프톤 제공]

누군가는 "스타 스킨의 가격은 원래 그 정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눈을 해외로 돌려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의 사례를 볼까요? 이 게임은 가수 레이디 가가, 빌리 아일리시 등 유명 연예인을 본딴 스킨을 출시해 왔습니다. 가격은 레이디 가가 1만6500원, 빌리 아일리시 1만9800원으로 페이커·뉴진스 스킨에 비하면 무척 저렴합니다.

문제는 배그의 새 스킨을 둘러싼 논란이 비싼 가격만은 아니란 점입니다. 가격에 이어 이번에는 '콘텐츠 제한'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배그의 운영사 크래프톤이 선정성을 이유로 뉴진스 스킨에 특정 의상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겁니다.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원하는 옷을 입히지도 못하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크래프톤은 "판매했던 상품의 스펙을 구매 후 변경한 점 사과드린다"면서 뉴진스 관련 상품을 환급해주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게임 스타 마케팅 빛과 그림자' 2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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