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나흘새 2.2조↑…'영끌·빚투' 또 고개든다

하반기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을 사들이는 레버리지(차입) 투자 열풍이 약 3년 만에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단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불었고, 국내외 주식 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거나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받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7월 들어 4일 만에 주담대도 8천387억↑
오늘(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천558억원입니다.

6월 말(708조5천723억원)과 비교해 4영업일 만에 2조1천835억원이나 늘었습니다.

이미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새 5조3천415억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2천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으며 아직 월초지만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분위기입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천526억원에서 552조9천913억원으로 8천387억원 불었습니다.

특히 지난달(102조9천924억원→102조7천781억원) 2천143억원 뒷걸음친 신용대출조차 이달(102조7천781억원→103조8천660억원)에는 나흘 만에 1조879억원 증가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2년9개월만에 최대폭↑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2020∼2021년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0%대 초저금리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2021년 8월 통화정책이 긴축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후 증가세가 다소 진정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월 증가 폭이 약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등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피벗(통화정책 완화)을 확신하고 앞서 움직이는 분위기입니다.

은행권은 구체적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 공모주를 비롯한 국내외 주식 투자 자금 수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정책자금 대출 증가, 금리 인하 등을 꼽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은행 창구 등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출자들의 주택 매수 심리가 꽤 강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코스피 2년5개월내 최고·미국 증시 사상최고…신용융자·마통↑
여기에 주식 빚투(대출로 투자) 수요까지 살아나고 있습니다.

우선 5대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나흘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난 데는 지난 2∼3일 진행된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에 공모주 청약에 18조5천억원 이상의 증거금이 몰린 영향이 큽니다. 

청약 신청자의 상당수가 은행 신용대출로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모주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 증시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5일 2,862.23으로 2022년 1월 18일(2천902.79) 이후 2년 5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5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5,567.19)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8,352.76)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또 갈아치웠습니다.

이에 따라 월평균 신용융자 잔고(유가증권시장+코스닥)는 지난해 12월 17조4천309억원에서 올해 들어 ▲ 1월 17조9천813억원 ▲ 2월 18조629억원 ▲ 3월 19조1천34억원 ▲ 4월 19조2천870억원 ▲ 5월 19조4천387억원 ▲ 6월 20조201억원 ▲ 7월(4일까지) 20조234억원 등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습니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이 잔고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빚투를 많이 하고 갚지 못한 대출도 쌓여간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인기가 뜨거운 미국 주식 투자의 경우 국내 증권사의 신용융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주로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한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름새 은행채 5년물 0.06%p↓…주담대 금리 하락
여전히 통화 긴축 상태이지만, 시장금리도 갈수록 떨어지면서 실질적으로 대출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5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00∼5.370% 수준입니다. 약 보름 전 6월 21일(연 2.940∼5.445%)과 비교해 상단이 0.075%포인트(p), 하단이 0.040%p 또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의 영향으로 3.454%에서 3.396%로 0.058%p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160∼6.160%에서 4.030∼6.030%로 상·하단이 0.130p씩 떨어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의 낙폭(-0.174%p)과 비슷하다.

"가계대출 관련 정책의 일관성 부족"
은행 관리 범위를 벗어난 정책대출의 급증 문제와 가계대출 관련 정책의 일관성 부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에서 버팀목(전세)이나 디딤돌(주택구입) 등 정책자금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들은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위해 출시한 상품이고 은행은 단순히 판매할 뿐으로, 개별 은행이 판매를 제한하거나 대출 대상자 요건을 강화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아울러 "저출생 위기 극복 차원에서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을 완화하면서 정책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늘어난 것도 가계부채 증가의 한 배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 부부 합산소득 제한 요건은 작년까지 7천만원이었지만 올해 1억3천만원, 내년 2억5천만원으로 계속 완화될 예정입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려고 개별 은행이 금리를 지나치게 올리기도 어렵다"며 "대환대출 활성화로 경쟁이 너무 치열한 데다, 대출 금리만 높이면 예대 금리차 확대에 따른 비판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동시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한 정부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 매물 감소, 신축 분양가 상승, 강남 3구·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역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70% 적용 등과 같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환경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강화된 2·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시점까지 늦춰지니 실수요자들의 막차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최근 2단계 스트레스 DSR의 2개월 연기가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유지 또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한쪽은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애쓰지만 다른 쪽은 반대로 비치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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