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오로라, 승천하는 용처럼…올해 최고 천문사진 후보

곽노필 기자 2024. 7. 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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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그리니치천문대 발표
아이슬란드 최북단 마을에서 촬영한 오로라 ‘북극의 용’. © Carina Letelier Baeza

밤하늘을 수놓는 다양한 천문 현상은 광활한 우주에 대한 상상을 자극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영국 왕립그리니치 천문대(Royal Observatory Greenwich)가 주최하는 ‘올해의 천문사진’ 2024년 수상작 후보들이 공개됐다.

16회째를 맞은 올해의 공모전에는 전 세계 58개국에서 3600점 이상의 사진이 접수돼 11개 부문에 걸쳐 심사가 진행됐다. 9월12일 수상작 발표에 앞서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일부를 소개한다.

첫째는 아이슬란드 최북단 마을에서 포착한 오로라 ‘북극의 용’이다.

아치형 바위탑 위에 나타난 오로라의 모습이 마치 용을 연상시킨다. 오로라는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하전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극지방으로 내려올 때 지구 대기 입자들과 반응하면서 내는 빛이다. 초록색과 붉은색 오로라는 산소 원자가 내뿜는 빛이며, 간혹 맨 아래쪽에 나타나는 보라색 오로라는 질소 분자와 부딪혀 나는 빛이다.

이 사진을 촬영하는 데는 행운도 따랐다고 한다. 작가는 “이날 밤 아이슬란드에서 하늘이 맑았던 유일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동부에서 촬영한 오로라. © Jose Miguel Picon Chimelis

둘째는 아이슬란드 동부의 에이스스라호른산에서 포착한 오로라 `발키라와 함께한 밤'이다.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여전사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코로나질량방출(CME) 등 평소보다 큰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오로라가 더욱 크고 화려해진다. 지구물리학자들은 태양 폭발이 일으키는 지구 자기장의 교란 정도를 9단계로 나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의 오로라는 전력 시스템을 교란할 만큼 강력한 KP7 등급 지자기 폭풍 예보 이후에 출현한 것이다.

작가는 “하늘에서 이런 색을 볼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며 “야간 사진 촬영을 하면서 경험한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양 표면의 홍염. © Miguel Claro

셋째는 태양 표면에서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홍염이다.

간헐천을 연상시키는 이 홍염은 태양 대기의 하부 영역, 즉 채층에서 일어나는 활동으로 지구보다 몇배 더 크게 뻗어나간다. 248장의 사진으로 만든 1시간20분 분량의 타임랩스 영상에서 뽑아낸 한 장면이다.

은하수 아래서 달리는 남자와 ‘버려진 집’

나미비아 사막의 은하수. © Vikas Chander

넷째는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북서부 사막지역 밤하늘의 은하수를 배경으로 찍은 조각상 ‘카리나로 달려라’다.

이곳 사막엔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카오코랜드의 고독한 남자들’이란 이름의 돌 조각상들이 곳곳에 있다. 작가는 “조각상들이 있는 장소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곳의 모든 조각상을 촬영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미비아 사막의 은하수. © Stefan Liebermann

다섯째는 나미비아의 나미브사막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버려진 집’이다.

버려진 집과 외딴 나무를 배경으로 은하수가 사막의 밤을 밝히고 있다. 나미브 사막은 광공해가 거의 없는 지역이어서 별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작가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버려진 집에 조명과 별 추적기를 설치한 다음 사진을 찍을 기회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444광년 거리의 플레이아데스성단. © Sándor Biliczki

여섯째는 푸른색으로 빛나는 플레이아데스 성단(메시에45)이다. 성단은 거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형성돼 서로 중력으로 묶여 있는 별무리를 말한다.

444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개방성단이다. 개방 성단은 하나의 분자구름에서 형성된 수천개의 비슷한 나이 별들로 이뤄져 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지난 1억년 동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총 1000여개의 별이 모여 있다. 작가의 첫 천체 사진 작품이라고 한다.

반달 앞을 가로질러 가는 국제우주정거장. © Kelvin Hennessy

일곱째는 반달 앞을 가로질러 가는 국제우주정거장이다.

우주정거장은 고도 400km 상공에서 시속 2만7600km의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앱을 이용해 우주정거장의 경로를 확인하고 구글 어스와 거리뷰를 이용해 적합한 촬영 장소를 골랐다고 한다.

1800광년 거리의 펠리칸성운. © Bence Toth

여덟째는 백조자리의 펠리칸성운 ‘안개산’이다.

지구에서 1800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펠리칸성운은 30광년 크기의 별 탄생 구역이다. 작가는 “우주 먼지와 가스 구조가 마치가 떠오르는 태양이 닿은 산의 안개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허블우주망원경 이미지를 채색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미지에 색상을 입혔다.

1300광년 거리의 별 탄생 구역 CG4. © ShaRa group

아홉째는 지구에서 1300광년 떨어진 고물자리에 있는 매우 독특한 모양의 별 탄생 구역 CG4 ‘은하를 삼키는 자’다.

우주의 거대한 괴물이 왼쪽 위 나선은하(ESO 257-19)를 먹어치우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둘 사이의 거리는 실제로는 1억1800만광년 떨어져 있다.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이 한꺼번에

62초 동안 촬영한 하이브리드 일식. © Gwenaël Blanck

마지막 사진은 2023년 4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서 62초 동안 촬영한 하이브리드 일식 장면이다.

하이브리드 일식이란 태양의 테두리만 보이는 금환일식과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희귀한 천문현상이다.

개기일식 때 볼 수 있는 태양의 코로나, 채층의 홍염, 다아이몬드 반지(베일리의 구슬)가 모두 선명하게 담겨 있다.

다이아몬드 반지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직전 또는 직후에 볼 수 있는 현상으로, 태양 가장자리에서 빛이 새어나와 마치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듯한 형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조금 남아 있을 때 울퉁불퉁한 달 가장자리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면서 이런 형상이 만들어진다. 총 13장의 사진을 겹쳐서 완성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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