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전 의원 등, 제헌의회 활동 국보법 위반 재심 항소심도 ‘무죄’
1980년대 신군부에 맞서 헌법을 새로 만들자며 결성한 ‘제헌의회(CA)’ 그룹 활동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보험연수원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민 전 의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인 원심을 유지했다. 민 전 의원과 함께 기소됐던 3명에 대해서도 무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의 위법은 없다”고 판시했다.
민 전 의원 등은 1987년 전두환 정권에 저항해 헌법을 바꾸자는 취지로 제헌의회(CA)그룹을 결성했다. 당시 검찰은 제헌의회 그룹이 블라디미르 레닌의 폭력혁명 이론을 그대로 답습한 반정부 유인물을 대량 제작·배포하고, 다수의 농성과 가두 시위를 배후 조종했다며 관련자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를 받은 법원은 이들을 반국가단체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룹 간부로 활동하며 북한에 동조해 구성원들과 회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 전 의원도 당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 2019년에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2021년 1월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지난해 2월 재심 1심 재판부는 “제헌의회 그룹을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위에 참여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범죄가 증명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 당시 검찰은 “불법 구금이나 고문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피고인들과 공범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진술의 임의성(자율성)이 인정되므로 증거 능력이 있다”며 “제헌의회그룹은 공산주의 확산을 꾀하며 각종 학내 시위를 주도했던 점을 보면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심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은 피고인들을 영장 없이 연행해 불법 감금 상태에서 수사를 했다”며 “각종 압수물은 불법수사 과정에서 얻어낸 진술에 터 잡아 강제로 수집해 증거능력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국가단체’ 주장에 대해서도 “결성목적과 목표, 무장봉기 획책 여부 등을 종합해 제헌의회그룹이 반국가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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