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HPV 백신 무료 접종, 내년엔 가능할까…기재부, 예산 만지작
OECD 국가 중 HPV 예방 정책 뒤처져…"백신 접근성 높여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기획재정부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던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예방접종 무료화' 확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예산 수반 사업인만큼 정부 예산안에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7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말 'HPV 9가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하는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예산 규모나 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산출에 따른 가다실9 매출(2022년 1170억원, 2023년 1034억원) 등 백신 가격이나 접종 대상자 추정치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보고서를 보면 12세 남녀 청소년에 HPV 9가백신을 적용했을 경우 매년 평균 접종 대상자가 46만 3000명으로 추산됐다. HPV 9가백신 1인당 접종비(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진료비 정보 기준)는 평균 21만 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972억 3000만 원(46만 3000명X21만 원)이 든다.
감염병 예방에 꼭 필요한 백신에 대해 질병청은 접종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운영하고 있다. 질병청은 HPV 백신 NIP 대상자와 적용 백신 모두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현재 NIP에 적용되는 백신은 HPV 2가백신 '서바릭스'와 4가백신 '가다실'이다. 질병청은 여기에 9가백신 '가다실9'도 포함하는 방안과 함께 현재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 한정된 NIP 대상에 만 12세 남성 청소년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HPV는 성접촉으로 전염돼 성생활을 한다면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HPV는 약 3만 7000개의 암을 유발하는데 고위험군 HPV는 전 세계 모든 종류의 암 중 5%를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HPV는 감염됐다고 눈에 띄는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 9가백신은 한번 맞는데 약 20만 원이 들기 때문에 1~3차 백신을 다 맞으려면 40만 원 이상의 접종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9가백신은 9가지의 HPV 감염 예방효과가 있다. 만 9~14세 남녀는 1차로 맞고 6~12개월 중 2차 접종을 하거나 1차 접종 후 2개월 뒤에 2차, 6개월 뒤에 3차 접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접종 무료화를 공약으로 내건 뒤 국정과제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질병청도 지난 1월 '국가예방접종(NIP)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최종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국가예방접종 확대 우선순위에서 'HPV 9가백신 도입 및 대상 확대'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보고서를 보면 HPV 접종 대상자 수(46만3000명)는 우선순위에 있는 다른 예방접종 대상자 수 가운데 가장 적다. 고령층 대상 대상포진 접종(5년간 평균 2030만 명), 중장년층 또는 청소년 대상 인플루엔자 접종(5년간 평균 1831만 명) 확대 시나리오보다 확연히 적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NIP 도입 우선순위가 높다고 나타난 만큼, HPV 9가백신의 NIP 도입과 대상 확대를 검토 중"이라면서 "예산 관련 사항은 정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아직 밝힐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HPV 예방의 흐름은 '남녀 모두 9가 HPV 백신 접종'이다. 유럽암기구(The European Cancer Organization)에서는 유럽의 모든 국가에 남녀 청소년 모두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2030년까지 90%의 남녀청소년의 HPV 백신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38개국 중 28개국에서도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지원하며 집단 면역을 형성하고 있다. NIP 여성 청소년에게 2가, 4가 HPV 백신만 지원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뿐이다.
HPV 백신은 남성에게 나타나는 두경부암, 구인두암, 항문암 등 HPV로 인한 질병 및 암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해 공개된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자료를 보면 2002년~2019년 구인두암의 일종인 편도암 발생률이 한국 남성에게서 3배 증가했다.
한국 남성의 HPV 관련 질환 발생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은 3%에 불과하다. 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남녀 HPV 백신 접종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HPV 관련 전문가들도 학계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을 지낸 이승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로 인한 암"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제적인 HPV 예방 흐름을 봤을 때 우리나라의 HPV 관련 질환의 예방 정책은 뒤처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HPV 관련 암과 질환을 보는 여러 유관 학회에서도 적극적인 HPV 남녀 모두 접종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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