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화장품 선생님 자처했죠” 170만 '뷰티 외교관’이 본 전망 [넥스트 K-뷰티]
뉴욕 금융인에서 ‘K-뷰티 전도사’로
“코로나19, K-뷰티 전환점 역할해”
[헤럴드경제=김희량·전새날 기자] “지금 K-뷰티는 ‘어나더 레벨(기존과 다른 차원)’이에요. 썬패치나 마스크팩처럼 미국에 잘 없거나 대중화가 덜 된 상품, 키링 립스틱 같은 특색 있는 화장품들이 더 주목받을 거라 봅니다. 미네소타에 사는 금색 머리의 백인도 알 만큼 확실한 바이럴(소비자들을 통해 알려지는 것)이 되는 상품을 내놓아야겠죠.”
170만 틱톡커이자 52만 유투버인 뷰티 인플루언서 이주원(Ava Lee) 씨는 최근 부는 K-뷰티 돌풍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트래커가 발표한 스킨케어 분야 톱 인플루언서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연예인과 의사를 제외하고는 이 분야에서 가장 팔로워가 많은 일반인이다. 피부 속까지 관리하는 스킨케어, 탱글탱글한 피부를 일컫는 ‘젤로스킨(Jello Skin)’이라는 말을 만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뉴욕에 사는 이 씨는 올해만 벌써 4번째 한국을 찾았다. 잦아진 고국 방문에 이 씨 자신도 달라진 K-뷰티의 위상을 실감 중이다. 1일 헤럴드경제는 ‘뷰티 외교관’ 역할을 하는 그의 이야기와 K-뷰티의 전망에 대해 들었다.
이 씨의 원래 직업은 뷰티와 거리가 멀었다. 금융,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서 금융인으로 살았다. 다만 화장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2살부터 대학 입학 전까지는 중국에, 대학생 이후로는 15년째 미국에 살고 있는 이 씨는 한국에 갈 때마다 캐리어 하나를 화장품으로 채워올 돌아올 정도였다.
보따리상도, 메이크업 전문가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가져간 마스크팩과 토너를 주변 백인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다녔다. 뿌듯함이자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K-한류가 퍼지지 않았을 시절, 그의 행동은 가슴 한편에 품어 온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애국심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다 7년 전인 2017년부터 온라인에 뷰티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한국 화장품들은 수출되고 있었지만 광고들은 단순 제품 사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씨는 스킨케어의 순서, 토너 바르는 법 등 ‘화장품 사용법’에 대한 콘텐츠가 적은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결국 이 씨는 2019년 투자은행을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가 되기로 했다.
코로나펜데믹은 이 씨가 이름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셧다운된 미국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스킨케어에 관심을 갖게 된 미국인들은, 피부관리를 알려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때 이 씨의 콘텐츠는 미국인들의 한국 화장품 입문서 역할을 해, 수많은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씨는 코로나19 시기가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세계의 주목도가 올라간 계기가 됐다고 봤다. 실내에서 드라마 등 콘텐츠와 피부에 쏟을 시간이 늘어나자 K-뷰티로 관심이 옮겨졌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이 시기를 지나갔다”면서 “뷰티가 재밌었고 이게 아니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2020년 5월 ‘랜선 뷰티 선생님’을 자처하며 시작한 이 씨의 틱톡은 어느새 100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모였다. 그는 “과거부터 수백 번은 설명했다고 생각한 기초적인 화장법들도 틱톡에서는 또 새롭게 느끼는 구독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긴 해외 생활로 외국인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은 큰 빛을 발했다. 장시간 비행 시 스킨케어법을 비롯해 한국의 임산부석, 길가에 없는 쓰레기통에 대한 콘텐츠도 그렇게 이 씨에 의해 인기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그는 다만 아직은 미국 내 한국 화장품이 립 제품, 스킨케어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투명메이크업’보다 강렬하고 티가 나는 색조메이크업을 고수해 온 문화가 강해서다.
이 씨는 “상대적으로 한국의 화장품은 티가 덜 나는 편에 속한다”면서 “그렇다고 강한 색조를 할 게 아니라 ‘클린 뷰티’처럼 자연스럽고 몸에 좋은 성분을 쓴 화장품을 선호하기 시작한 흐름을 잘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바이럴(소문 등을 통한 마케팅)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뷰티 인플루언서들은 자율성, 경험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중시하는데 간혹 한국 브랜드들이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거나 무리한 제안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문화적 특성을 파악해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인플루언서들을 포섭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달 있을 아마존 최대 세일 행사인 프라임데이를 앞두고 이 씨는 각종 뷰티 콘텐츠 및 광고 준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뷰티 인플루언서로서 어려운 점은 없을까. 화장품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브랜드나 상품이 주목받는 일이 많다. 그는 “트렌드가 하루 이틀 사이에도 바뀌는데 소위 ‘빵’ 터진 그날, 빠르게 나만의 뷰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창의성이 필요하며 24시간 일할 준비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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