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디지털 금, 진짜 금 모두 웃었다
‘디지털 금'과 '진짜 금'이 상반기 양호한 투자 실적을 기록했다. 비트코인과 금 모두 상반기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 추세를 이어간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화폐 대신 금과 비트코인을 찾는 투자자가 증가한 여파로 분석된다.
"금, 중앙은행 최우선 관심사"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시장 압박, 전례 없는 경제 불확실성, 정치적 격변으로 금이 중앙은행의 최우선 관심사가 됐다."
샤오카이 판 세계금협회(WGC) 중앙은행 및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자가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금 매입 양상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전쟁과 정치 지형 변동, 인플레이션 등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전통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심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WGC가 전 세계 중앙은행 70곳을 대상으로 연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9%의 중앙은행이 내년까지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월 "중국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각국 중앙은행을 필두로 금 매입이 늘면서 금 시세가 말 그대로 '금값'이 돼버린 상황이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비트코인은 이 기간 48.45% 상승하며 주요 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3월 11일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억 원을 넘기면서 투자자 사이에서는 수익 인증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한 공무원이 35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인증하며 "압구정 현대 오늘 사러 갑니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제도권 안착이 상반기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매수세가 증가한 것이 가격 상승에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월 10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를 허용하는 등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면서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2021년 '비트코인 불장'과 비교할 때 알트코인 상승률은 크지 않은 모습인데, 알트코인 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쉬어가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4월 4번째 반감기를 거친 점도 상반기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된 탓에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칠수록 희소성이 올라가는 구조다. 앞선 3번의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적게는 20배(3차)부터 많게는 550배(1차)까지 상승한 것도 투심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비트코인은 3월 최고가(7만3740달러·약 1억 원)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넘게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 해킹 문제로 파산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이달부터 채권자를 상대로 비트코인 상환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마운트곡스는 비트코인 14만1000여 개를 시장에 풀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폐 대출업체 레든의 존 글로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많은 사람이 분명히 현금화할 테고, 마운트곡스 파산으로 자산이 묶여 있었던 것이 최고 투자였다며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수익 실현이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을 7월 4일 6만 달러(약 8200만 원) 아래로 가격이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비트코인이 한 번 더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온라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최고경영자(CEO)는 7월 2일 X(옛 트위터)를 통해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지루하고 변동성이 적다"며 "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의 관심이 감소했다는 것으로, 리테일 유동성이 부족하고 고래(거액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축적하기에 이상적인 시기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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