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에 집중한 '화인가 스캔들' 디즈니+ 구원투수 될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국내 최고 재벌인 화인그룹 회장의 며느리이자 전직 유명 프로골프 선수인 오완수(김하늘 분). 어느 날 완수가 자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시내를 향하는데, 누군가 저격소총으로 그를 암살하려 시도한다.
거리가 혼잡해 저격수의 총알은 오완수를 빗나가고,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맞아 쓰러진다. 완수는 얼굴에 쓰러진 사람의 피를 뒤집어쓴 채 공황에 빠지는데, 서도윤(정지훈)이 홀연히 나타나 구해준다.
이달 3일 1·2회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의 초반부 내용이다. 김하늘과 정지훈(가수 비) 주연의 액션·멜로물인 이 작품은 초반부터 수위가 높은 장면들을 배치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디즈니+가 이후 큰 흥행작을 내지 못해 이용자가 줄고 있는 가운데 '화인가 스캔들'이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수는 캐디인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완수의 어머니가 골프장 주인인 화인그룹 회장 박미란(서이숙)에게 '사모님'이라고 불렀다가 해고당해 생활고는 더 심해지고, 완수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캐디로 일한다.
이후 완수는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세계 정상의 골퍼가 돼 막대한 상금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도박에 빠진 어머니 탓에 남을 게 없는 지경에 이르자 어머니와 절연하고 번 돈을 모두 내놔 '기부 천사'로 명성을 쌓는다.
이렇게 기부와 자선을 이어가던 완수는 자신을 후원했던 화인그룹의 부회장 김용국(정겨운)과 결혼한다. 완수의 어머니를 캐디 자리에서 해고했던 박 회장은 완수의 시어머니가 됐다.
결혼한 지 10여 년이 흘러 완수는 세계를 누비면서 자선 활동을 이어가는데, 뉴욕에서 테러에 반대하는 연설을 마치고 보니 테러 단체에서 협박 메시지가 와 있다. 완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선 행사를 위해 마닐라로 갔다가 저격당할 위기에 빠진다.
한편 경찰 출신인 도윤은 오랜 친구가 마닐라에서 한 괴한에게 살해당한 일에 충격받고 범인을 추적하는데, 친구를 살해한 암살자가 마닐라 시내에서 다음 표적을 노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장에 갔다가 완수가 위기에 빠진 것을 발견한다.
'화인가 스캔들'은 가난한 가정 출신 며느리와 재벌가 시어머니의 갈등, 남편의 불륜, 의문의 살해 위협 등을 다룬다. 한국 방송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명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게다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인 만큼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끊임없이 시각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초반부 총격전 장면은 완수가 얼굴과 흰색 웃옷에 다른 사람의 피를 온통 뒤집어쓰는 모습을 보여줘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이어 계속해서 쏟아지는 총알에 차량이 폭발하고 주변이 화염에 휩싸인다.
배우 정지훈은 드라마에서 남성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그는 초반부 덥수룩한 수염에 각진 선글라스를 낀 독특한 모습으로 등장해 여주인공을 구해내고, 이후 화인그룹에 경호원으로 들어가면서 수염을 제거하고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다.
자극적인 장면 중에는 불편하게 여겨질 만한 것들도 있다. 2회에선 완수가 남편 용국과 다른 여성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화인그룹 회장인 미란은 툭하면 고성을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며 화를 낸다.
이처럼 '화인가 스캔들'은 높은 수위의 시각적 요소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과거 다른 드라마들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돼온 소재가 주를 이루는 만큼 기시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극적인 요소에 주목하면서 세세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생략한 점도 완성도 높은 짜임새와 개연성을 중요시하는 시청자에겐 단점으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액션 장면에서 두 사람이 저격수의 총알에 맞아 쓰러지고 이들 중 한 명은 완수의 경호원인데, 쓰러진 사람들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호화 자선 파티가 열린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완수의 대답에 관심이 없는 듯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질문만 반복하는 장면, 까다로운 골프장 소유주가 왔는데도 완수의 어머니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캐디 일을 맡았다가 해고당하는 장면 등도 보는 사람의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리뷰 사이트 등에서 일부 시청자는 "극본이 너무 낡은 듯하다", "30년 묵은 재벌 이야기 그만 만들자", "퀄리티가 재연 영상 같다"고 연출과 극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일부 시청자는 "정지훈이 경호원 역할에 잘 어울린다", "전개가 빠르고 박진감 넘친다", "도파민이 터져 나온다", "오랜만에 마라 맛 나는 드라마를 만났다"며 호평했다.
10부작인 '화인가 스캔들'은 매주 수요일 두 회차씩 공개돼 이달 31일 최종회가 공개될 예정이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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