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금 폭탄 오명’ 직무발명 보상금, ‘전액 비과세’ 될까…국회 개정안 발의
최대 45% 누진세율 적용…연구인재 세 부담만 키운 인센티브 제도
‘연구비 삭감 효과’ 부작용 사례까지…“정부, R&D 지원 적극 나서야”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 과학·기술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 소속 A박사는 지난 2022년 휴대폰과 텔레비전(TV) 등 무선통신 채널에서 데이터 오류를 수정하는 데 쓰이는 ‘LDPC부호(LDM-오류정정부호)’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 권리를 기관에 이전하면서 23억5000만원의 직무발명 보상금을 수령했다. 14년의 연구 결실을 인정받은 기쁨은 잠시였다. 4대 보험료를 포함해 13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A씨에게 부과됐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동료 연구원들도 보상금의 45~50%에 해당하는 수 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급기야 A씨와 동료들이 연구에 쓸 프로젝트 비용까지 줄어들었다. 보상금이 당해 연봉으로 잡히면서 기관(회사)이 절반씩 부담하는 4대 보험료가 상승, 프로젝트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A씨는 “보상금을 받는 일이 자주 있다면 세금을 충분히 낼 의향이 있지만, 로또처럼 평생에 한 번 있을지 모를 일이 왜 종합과세 대상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심지어 로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비가 줄어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미안해서 보상금을 받은 연구원들끼리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까지 나눴다”고 토로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의 대표적인 규제로 알려진 ‘직무발명 보상금 소득세제’를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다. 국민의힘의 과학·기술 영입인재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최수진 의원(비례)은 오는 8일 현행법상 근로소득으로 분류되는 직무발명 보상금을 ‘전액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할 예정이다.
직무발명 보상금 제도는 특정 기술을 발명한 직원이 특허를 받을 권리를 회사에 승계하는 대신 보상을 받는 제도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등록 특허 13만5000여건 중 법인의 직무발명 특허는 11만9000여건(88%)를 차지한다. 특허청은 이 제도를 우수한 특허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인센티브’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세제 개선 없는 직무발명 보상금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무발명 보상금은 과거 비과세 기타소득이었으나, 지난 2017년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변경되며 종합과세 대상이 됐다. 근로소득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6~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발명에 참여하지 않은 대표이사를 공동발명자로 기재하고 보상금을 받아내는 편법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과도한 세 부담을 지게 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과세 한도를 ▷2017년 연 300만원 ▷2019년 연 500만원 ▷2024년 연 700만원까지 점차 확대했지만,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A씨처럼 수 십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부담이 여전하다. 특히 A씨는 인건비 상승으로 연구 자금이 줄어든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A씨는 “기술 발명으로 연구 자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는 것은 어딘가 분명 잘못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대학‧출연연, 기업 종업원들은 연구의욕 고취를 위해 직무발명 보상금에 대한 ‘전액 비과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권리 승계에 따른 보상금을 근로제공의 대가인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2015년 대법원 판례, 특허 권리 승계 문제를 양도소득·잡소득으로 구분해 적용하는 일본 사례 등도 근거가 됐다. 최 의원은 “과학기술 개발과 발명진흥을 위해 국회가 직무발명보상금 세제개편을 통해 R&D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제도 개선 요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출연연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2월 ‘연구 현장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제 개편 본격화해야’ 보고서를 게재했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이공계 엑소더스 및 의대 쏠림 현상에 우려를 표하며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는 “현행 직무발명보상금은 과세가 지나치다 보니 연구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보상금을 낮춰 다른 형태로 보전하는 등 풍선효과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적극 지지하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통과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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