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원하신다면야 이 한 몸쯤…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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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쉽지 않은 일을 언제나 쉽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어쩌겠는가. 소속돼 있는 한 요구대로 해야지."
5년 차 직장인 혜인(김연교 분)이 책상에 쌓여가는 일거리를 바라보다 나직하게 혼잣말한다.
김은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혜인을 비롯한 이곳 직원들의 회사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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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회사는 쉽지 않은 일을 언제나 쉽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어쩌겠는가. 소속돼 있는 한 요구대로 해야지."
5년 차 직장인 혜인(김연교 분)이 책상에 쌓여가는 일거리를 바라보다 나직하게 혼잣말한다. 그는 대형 사찰에 소속된 출판사에서 막내로 근무하고 있다.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들을 동료로 두고 있으니 직장 생활도 절처럼 평온할까.
혜인은 말한다. "어느 곳이든 일터가 되는 순간 그곳은 정글이 된다"고.
김은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혜인을 비롯한 이곳 직원들의 회사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을 통해 소개돼 관객들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헤이송 작가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으로, 작가가 실제로 불교 서적 출판사에서 5년간 일하며 겪은 일이 영화에 담겼다. 헤이송 작가는 이 영화의 각본도 직접 썼다.
평범한 직장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만큼 영화는 관객이 사회생활을 하며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인물들로 빼곡하다.
막내에게 점심 메뉴를 고르라고 해놓고 이 음식도 저 음식도 싫다는 팀장, 쩝쩝거리며 밥을 먹는 통에 다른 사람들의 입맛을 떨어지게 하는 과장, 귀찮은 일은 아랫사람에게 떠맡기는 사수, 절차는 무시하고 '배 째라' 협박하는 진상 고객….
사회 초년생 혜인이 회사 생활을 하며 맞닥뜨리는 시행착오와 고민은 특히 젊은 직장인 관객에게 울림을 줄 듯하다.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일은 더 꼬여만 가고, 퇴근 후에는 거의 방전 상태가 돼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미루게 된다.
그는 퇴사를 생각하다가도 카드값과 생활비가 떠오르자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월급이 다달이 주는 안정감은 모든 상황을 감내하게 할 만큼 달콤하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혜인의 독백 내레이션은 베스트셀러 에세이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의 자부심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껴봤을까", "온종일 일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기분이 들곤 한다", "성실한 무료함이 한 달을 지나간다" 등 자조하듯 뱉는 그의 말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법한 생각이 담겼다.
그러나 영화는 분위기를 마냥 진지하고 무겁게 가져가지는 않는다. 판타지와 코믹 요소를 통해 혜인이 명랑하고 씩씩하게 정글 같은 사회를 헤쳐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에게 몸을 낮추느라 '습관성 굽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회사가 원한다면 더 납작 엎드리겠다는 그의 말은 슬프면서도 묘하게 반어적으로 들려 웃음을 준다.
김 감독은 최근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박한 경우가 많다.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아주 다정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0일 개봉. 63분. 전체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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