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임영웅, 단편영화로 신곡 홍보…스키즈는 영화제 수상
OTT에 힘입어 활발해질 전망…"리스크 줄일 수 있는 콘텐츠"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인간이 뱀파이어를 탄압하는 세상에서 일곱 뱀파이어가 자신을 지켜준 유일한 인간 소녀를 찾아가기 위해 총격전을 불사한다.
목숨을 건 총격전이 이어지며 뱀파이어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가운데, 그 위로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온다.
뱀파이어라는 판타지 세계관에 액션을 가미한 이 단편영화는 그룹 엔하이픈이 정규 앨범 홍보를 위해 만든 자체 콘텐츠다.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온 K팝 그룹들은 이제 직접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며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7일 가요계에 따르면 엔하이픈, 임영웅, 스트레이 키즈 등 자체 콘텐츠로 단편영화를 제작해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팬들이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인 동시에 향후 아티스트의 활동반경을 넓히는 안정적인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하이픈은 최근 정규 2집 '로맨스: 언톨드'(ROMANCE: UNTOLD)의 트레일러를 12분가량의 단편영화로 제작해 유튜브로 공개했다. 팬 1천500명을 초청해 오프라인 상영회도 열었다.
K팝 그룹이 유명 감독을 섭외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트레일러를 위해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흔치 않다.
엔하이픈의 경우 영화 '콜', '발레리나'의 이충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총격전과 스턴트 액션신을 연출했다. 어두운 색감 표현에 장기가 있는 이충현 감독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룹 정체성을 살리려 했다는 것이 소속사 빌리프랩의 설명이다.
그룹 멤버와 팬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멤버들은 처음 경험하는 영화 촬영이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고 말했고, 팬덤은 유튜브에 "영화 분량을 늘려야 한다" 등의 댓글로 호응하고 있다.
멤버 정원은 상영회에서 "팬분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이런 스토리를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은 지난 6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티빙에 자신이 주연한 단편영화 '인 옥토버'(In October)를 공개했다.
바이러스로 황폐해진 세상에서 반려견 시월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영웅이 경험하는 일련의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안은진과 현봉식이 또 다른 생존자로 출연해 몰입도를 높였고,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권오준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속 임영웅은 기르던 개를 떠나보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좌절감을 표현하거나 장총을 턱밑에 대고 최후를 고민하는 등 섬세한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는 임영웅은 신곡 '온기' 뮤직비디오에 영화를 활용했다. 콘서트에서 영화 일부를 공개하며 향후 연기에 도전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콘서트에서 "예전부터 단편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연기에 자신감이 붙어 앞으로도 생활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스트레이 키즈는 자체 콘텐츠로 국제 단편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들이 출연한 영상 '슼플릭스'(SKZFLIX)가 지난달 국제 단편 영화제 '쇼트 쇼트 필름 페스티벌&아시아 2024'에서 글로벌 스포트라이트 어워드를 받은 것이다.
'슼플릭스'는 미니 음반 '락스타'(樂-STAR) 수록곡 '리브'(Leave)를 배경음악으로 활용한 뮤직 드라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청춘 서사와 스트레이 키즈 음악이 어우러진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조회수 400만회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곡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OST가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뮤직 드라마를 제작했다"며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이 직접 연기에 참여하며 그룹의 세계관을 확장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티스트들이 직접 출연하는 단편영화는 자연스럽게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새로운 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노래가 중심이 되는 뮤직비디오와 달리 긴 호흡으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단편영화가 위험 관리 측면에서 안정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한다. 예능이나 다큐멘터리의 경우 진솔한 모습을 담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영화는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그런 변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OTT와 유튜브의 활성화로 콘텐츠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아티스트의 단편영화 제작은 늘어날 전망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단편영화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다각도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콘텐츠"라며 "과거에는 수동적으로 활동기 사이에 예능이나 뮤지컬,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에 기획사 입장에서 컨트롤할 여지가 적었다. 반면 단편영화의 경우 기획사 입장에서도,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는 OTT 입장에서도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편영화 외에도 그간의 활동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등 아티스트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영상들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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