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뻔한데 안 할 수도 없고…조선업계, 함정 사업 고민[김관용의 軍界一學]
HD현대중공업, 4600억원 예산으론 '적자사업' 판단
울산급 Batch-Ⅳ 1·2번함 사업도 저가 예산 논란
이익률 보단 '수상함 명가' 자존심 대결될 듯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이냐, 한화오션 등 타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경쟁입찰’이냐를 두고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하 KDDX) 사업이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은 또 있습니다. 소양급 차기 군수지원함(AOE-Ⅱ) 2차 사업과 차기 호위함 사업인 울산급 배치(Batch)-Ⅳ 1·2번함 사업입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의 예정가격(예가)이 시장 기대치 보다 낮게 책정돼 업체들이 참가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차기 군수지원함 2차 사업의 경우 지난 5월 입찰공고가 나갔지만 한화오션 한 개 업체만 참여해 유찰됐습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재공고를 내고 오는 15일까지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다른 업체가 참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2014년 상세설계 및 함 건조 당시 예산은 384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번 2차 사업 예산은 4600억원 규모로 나왔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천지급 군수지원함 3척과 소양급 차기 군수지원함 1척을 건조했지만 이번 2차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 증대와 원가 상승 등으로 적자 사업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번 재입찰에 참여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와 함께 차기 호위함 울산급 Batch-Ⅳ 1·2번함 건조 사업도 최근 시작됐습니다. 일각에선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업체들 속내는 다릅니다. 이 역시 낮은 가격 때문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울산급 Batch-Ⅳ 건조 사업은 기존 울산급 호위함을 대체하는 4단계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의 마지막 사업입니다. 총 6척을 건조할 예정입니다. 현재 건조 중인 울산급 Batch-Ⅲ와 비슷한 크기와 외형으로 만들어져 따로 설계 사업이 없습니다. ‘개조 설계’와 1·2번함 건조가 동시에 이뤄집니다.
하지만 개조 설계와 2척의 함정을 만드는 예산이 7575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난 울산급 Batch-Ⅲ 2번함 건조 사업과 3·4번함 건조 사업을 따낸 삼강M&T(현 SK오션플랜트)의 수주 금액이 기준이 됐기 때문입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맞붙은 울산급 Batch-Ⅲ 5·6번함의 경우에도 8000억원대로 사업예가가 책정돼 수익 보장이 어렵다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화오션이 수주해 7917억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건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6번함 건조 계약 규모 보다 342억원이나 적은 사업 예산으로 울산급 Batch-Ⅳ 2척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업체들은 참여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한화오션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보안 감점 탓에 힘겨운 수주전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듯 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 혐의에 따른 유죄 판결로 함정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선 한화오션과 수상함 명가 타이틀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참여를 하지 않기도 멋쩍습니다. 자신들이 설계하고 1번함을 건조한 울산급 Batch-Ⅲ 사업에서 후속함을 한 척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명예 회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최근 해군 무인수상함 개념설계 사업에서 잇따라 한화오션에 패하긴 했지만, 보안감점 상당 부분을 만회해 소수점 차이로 져 ‘한 번 더 붙으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이번 사업 역시 낮은 이익률에도 ‘혈투’가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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