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신 끝판왕 ‘흑염소’…수육·구이·전골 코스로 기운 펄펄!
단백질 함량 높고 지방 낮은 고영양식
혈액순환 돕고 면역력 증진에 큰 도움
누린내 없고 육즙 진해 먹는 재미 쏠쏠
국내산으로 탕수육·숯불구이 등 선봬
동전 크기 빚은 떡갈비 아이들에 인기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고 지치는 여름, 그럼에도 이 여름이 기대되는 이유엔 복날 먹는 맛있는 보양식도 한자리 차지하지 않을까. 올해 초복은 15일, 중복 25일, 말복은 8월14일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초복, 맛도 좋고 영양도 가득한 특별한 보양식을 찾고 있다면 흑염소 요리는 어떨까. 전남 보성으로 흑염소 코스 요리를 맛보러 떠났다.
‘허약한 사람을 낫게 하고 피로를 물리치며 위장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조선시대 의학서 ‘동의보감’에 적힌 흑염소 고기의 효능이다. 흑염소 고기는 대표적인 고단백 저지방 육류다.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단백질 함량은 평균 20% 정도로 높으면서 지방 함량은 8%로 낮다. 지방질에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능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보혈작용을 하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이현왕 한의사는 “흑염소 고기는 몸이 찬 사람의 혈액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전남 보성에 있는 늘푸른흑염소가든(대표 추교전)은 지역에서 소문난 흑염소 맛집이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을 받은 농장에서 직접 사육한 흑염소를 다양한 종류의 요리로 만들어 내놓고 있었다. 여느 식당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흑염소 수육과 탕은 물론 전골·떡갈비·탕수육·불고기·숯불구이가 코스로 나온다. 추교전 대표는 “도시에 있는 식당 대부분은 호주산 흑염소를 쓰지만 이곳에선 신선한 국산만을 사용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코스 요리는 수육으로 시작된다. 갈빗살을 얇게 썰어 삶아낸 수육은 탱글탱글한 껍데기, 부드러운 지방질, 고소한 살코기 세 겹으로 이뤄져 있다. 흑염소를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기자는 ‘과연 어떤 맛일까’ ‘누린내가 좀 난다던데 심하면 어쩌지’ 하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수육을 입에 넣는 순간 걱정은 이내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누린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껍데기와 지방질·살코기의 조화가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추 대표는 “수컷 흑염소를 적절한 시기에 거세하고, 도축 100일 전에는 생풀을 먹이지 않는 게 누린내가 나지 않는 흑염소 고기의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추 대표는 수육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초고추장에 들깻가루를 한 숟가락 넣은 소스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수육과 익힌 부추, 팽이버섯을 함께 집어 초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어보라고 권했다. 초장을 고기와 함께 먹는다는 게 낯설었지만 새콤한 초장맛이 입맛을 돋우며 고기맛을 더욱 좋게 만들어줬다.
이윽고 흑염소 떡갈비·숯불구이·불고기·탕수육이 차례로 나왔다. 추 대표는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들도 흑염소를 맛있게 즐기게 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이런 메뉴들을 개발했다.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빚은 떡갈비는 고기를 다져 만든 덕에 부드러우면서 씹을 때마다 진한 육즙이 새어 나왔다. 숯불구이와 불고기는 흑염소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소고기와 비슷한 맛을 냈다. 달큼한 소스를 묻힌 탕수육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들 입맛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국인 밥상에 밥이 빠질 수 없는 법. 흑염소 뼈를 하루 꼬박 고아 만든 사골 국물에 버섯을 듬뿍 넣고 칼칼하게 끓인 흑염소 전골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숭덩숭덩 썰어 넣은 흑염소 고기를 쏙쏙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코스 요리 대신 흑염소를 경제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흑염소탕이 제격이다. 전골과 국물맛은 비슷한데 버섯 대신 남도 지방에서 많이 먹는 토란대와 고구마 줄기를 넣었다. 보성 토박이인 단골 조해자씨(60·회천면)는 “흑염소탕을 먹으면 온몸이 뜨끈해지면서 기운이 펄펄 나는 듯하다”며 “복날엔 특식으로 수육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7년부턴 개고기 유통·판매가 금지되면서 무더위로 지치기 쉬운 여름철 몸보신에도 좋은 흑염소 고기가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가까운 시일에 동네 정육점에서도 흑염소 고기를 만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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