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이달 말 역사상 ‘가장 높은 외출’ 나선다
고도 1400㎞ 목표…사상 최고 높이 비행 도전
‘밴 앨런대’ 존재…신체에 대한 방사선 영향 조사
고도 700㎞ 부근서 민간인 첫 우주 유영도 계획
# 흐릿한 텔레비전 화면 속의 한 인물이 용도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기계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땅에 발이 닿자 그는 잠시 멈춰 선다. 그러고는 흥분과 차분함이 교차하는 목소리로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라고 말한다.
1969년 7월20일(미국시간)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선에서 내려와 인류 최초로 월면에 도착하며 전 세계로 송출되는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남긴 소감이다. 인류 과학기술이 만든 강렬한 성취를 꾹꾹 눌러 담은 문장이다. 달 착륙이라는 목표를 세웠던 아폴로 계획에 마침내 ‘성공 도장’이 찍힌 순간이기도 했다.
아폴로 계획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순풍에 돛단 듯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바탕에는 ‘제미니 계획’이 있었다. 1961~1966년에 진행된 제미니 계획의 핵심 목적은 우주선끼리 서로 접촉해 물자와 사람이 오갈 수 있는 도킹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었다. 도킹은 아폴로 계획에 따른 우주선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제미니 계획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 하나 만들어졌다. 1966년 제미니 11호가 고도 1367㎞까지 상승한 일이다. 사람을 태우고 지구를 돌도록 만들어진 우주선 중에 이보다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 경우는 그 뒤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반세기가 넘게 지난 이달 말,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사람을 태운 채 고도 1400㎞까지 상승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다면 인류의 활동 영역을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높은 고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4명 이달 말 우주행
지난주 스페이스X는 ‘폴라리스 던’이라는 이름을 붙인 상업 우주 비행 임무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오는 31일 미국 플로리다주 발사장에서 자사의 발사체 ‘팰컨9’에 역시 자신들이 만든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실어 승무원 4명을 우주로 쏘아올릴 계획이다.
크루 드래건 승무원은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다. 이들은 다른 천체에는 가지 않고 지구 궤도에 올랐다가 지상으로 귀환할 계획이다.
승무원을 이끄는 임무 사령관은 미국 전자결제업체 ‘시프트4페이먼트’의 재러드 아이잭먼 최고경영자(CEO)다. 아이잭먼 CEO 외에 우주선 조종과 과학 실험을 맡을 인원이 크루 드래건에 추가로 타면서 총 탑승 인원은 4명이다. 폴라리스 던 임무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이잭먼 CEO가 부담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최근 유행하는 민간인 중심의 우주 관광 프로그램 같은 인상이 든다. 하지만 폴라리스 던 임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사상 최고 고도 상승 예정
바로 상승 고도다. 스페이스X는 승무원들이 탄 크루 드래건을 고도 1400㎞까지 밀어올릴 예정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경험한 가장 높은 비행 고도는 제미니 11호가 1966년 달성한 1367㎞다. 폴라리스 던 임무가 성공한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높은 곳에 도달하는 셈이다.
국제선 민항기 고도는 약 10㎞, 현재 실현된 관광용 우주선의 상승 고도는 대개 100㎞를 넘지 않는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고도도 약 400㎞에 그친다.
폴라리스 던 임무가 굳이 고도 1400㎞를 목표로 삼은 데에는 기록 경신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고도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생성된 도넛 모양의 방사능 벨트인 ‘밴 앨런대’가 존재한다. 승무원들은 크루 드래건을 타고 밴 앨런대를 지나며 방사선이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미래에 다양한 우주탐사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으려는 것이다.
다만 스페이스X는 승무원들이 밴 앨런대 근처에 머무는 시간은 최소화할 계획이다. 필요한 연구만 신속히 시행한 뒤 비행 고도를 빠르게 낮춰 방사능 노출은 가능한 한 줄일 예정이다.
최신 우주복 입고 유영 계획
총 5일간으로 예정된 폴라리스 던 활동 대부분은 고도 700㎞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주요 임무는 우주선 밖 유영이다. 민간인이 우주 유영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승무원들은 선외 활동용 우주복을 입고 크루 드래건 밖으로 나가 둥둥 떠다닐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공개한 선외 활동용 우주복 개발에 공을 많이 들였다. 외부의 열과 냉기를 차단하고, 쾌적한 기압을 유지하는 특수 직물로 외피를 만들었다.
가장 큰 특징은 얇다는 점이다. 봄가을 옷 같은 느낌이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 등 세계 각국 우주비행사들은 솜이불을 두른 것 같은 두꺼운 선외 활동용 우주복을 입었다. 당연히 이번에 새로 개발된 것이 몸을 움직이기에 더 편하다.
스페이스X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에 도시를 만들려면 다양한 우주복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선보인 선외 활동용 우주복은 미래에 실현될 장기 우주 임무에서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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