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구감소’ 직격탄 맞는 스포츠…심해지는 선수 수급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점프볼=홍성한 기자] 저출산 현상은 이미 우리 사회에 스며 든지 오래다. 스포츠에는 엄청난 타격이다. 다가오는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설 한국 선수단의 규모가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역대 최소 인원이 될 거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인구 감소 직격탄은 농구도 당연히 피하지 못했다. 2012년 교체선수 없이 5명으로 선수단을 꾸린 부산 중앙고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지난해 영화 ‘리바운드’ 개봉으로 이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이제 5명으로 선수단을 꾸린 팀은 중고농구에서 수두룩하다.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처럼 선수 수급난은 심각하다. 이를 이겨낼 최선의 방법은? 점프볼이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아마선수 수급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지?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
체감한다. 선수 스카우트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대학마다 신입생 정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1, 2년 전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학교만 해도 최근 들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고등학교 선수들의 대학 진학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
무엇보다 장신 선수 발굴에 어려움이 크다. 엘리트 스포츠 자체가 많이 위축됐다. 농구를 하려고 하는 학생이 이전과 비교해서 줄어들었다. 현장에서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심하다. 부상자가 1명만 나와도 5명을 채우지 못해서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온다. 여기에 대학 입시 제도까지 맞물려 있어 더욱 어려움이 큰 것 같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당연히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지도자들이 제대로 안 가르치고, 선수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게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인프라다.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고 학생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자녀의 숫자가 줄어드는데 힘든 운동을 시키고 싶은 부모는 많지 않을 거라고 본다.
전희철 SK 감독
우리 팀은 최근 몇 년 사이 A급 선수를 선발하지 않았다는 걸 전제하에 이야기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아마선수들의 기량이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들 사이에서 기량 차이가 있는 건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건 선수들의 수준이 아닌 전술이다. 내가 현역일 때보다 더 전술이 다양해졌고, 프로는 외국선수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작전도 있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에 더 시간이 걸릴 뿐, 슛을 비롯한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힘이 부족한 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할 때마다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김성기 정관장 사무국장
당연히 어렵다. 일단 당장 KBL 신인드래프트만 봐도 그렇다. 뽑을 선수가 예전보다 적어졌다. 신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신인왕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선수가 없어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한치영 삼성생명 사무국장
체감된다. 선수 수급되는 것을 봤을 때, 너무 느리다. 그 중간 다리 역할이 아시아쿼터 도입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자 농구는 선수 풀이 많았으면 아시아쿼터 안 했으면 된다. 국내선수 저변이 약하기 때문이다.
손대범 KBS·KBSN 농구해설위원
(WKBL)드래프트에서 12명을 뽑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12명이 프로에서 쓸 만한 재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갈수록 갭이 커지는 느낌이다. 아마추어 농구도 마찬가지로 선수 수급이 어려워지는 것이 매년 느껴진다. 중등부에서 특히 많이 체감된다. 정상적인 5대5 속공 훈련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학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어렵게 어렵게 버티는 것 같다.
정지욱 점프볼 편집장
점프볼 기자시절과 14년 여가 흘러 점프볼 편집장이 되어 중고 농구 대회를 갔을 때 그 차이가 눈에 확 드러날만큼 선수 자원이 없다는 걸 체감한다. 선수 풀 자체가 적으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여고부, 여중부는 정말 심각하다. 일부러 여중부 경기장을 찾았는데, 깜짝 놀랐다. 유소년 농구인줄 알았다. 그마저도 선수 인원수 자체도 없었다. 이 선수들이 4, 5년 뒤에 프로에 간다고 생각해보자. WKBL 경기력은 진짜 심각해질거다.
드래프트 지원 자격을 해외 동포 선수들까지 넓히는 것은 어떨까? 프로선수 수급에 숨통이 트일텐데?
전희철 SK 감독
대학에서 오랫동안 뛴 선수라면 드래프트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적 취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면 프로 팀 입장에서는 높은 순위로 선발하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 어려운 문제다. 만약 선발된 후 국적 취득을 하지 않는다면 안 좋은 측면에서 이슈가 될 것 같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선수 수급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여자 농구도 선수 풀이 많이 열악하지 않나. 다방면으로 선수를 수급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
문을 열어주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국내선수들이 나갈 길은 열어주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가 된다. 아시아쿼터 도입 때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국내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는 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쇄국정책을 하자는 건 아니다. 10개 팀 모두 2군 운영 등 반대급부에 대비하는 방안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국내선수의 프로 진출 가능성이 낮아지면 향후 선수 수급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
바뀐 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선수 수급이나 선수층을 두껍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꼭 KBL 신인 드래프트 지원 자격을 넓혀서가 아니라 앞으로 더 개선이 되어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성기 정관장 사무국장
내가 TF를 맡으면서 무조건 주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화를 통해 국가대표 등 새로운 동기부여도 줄 수 있고, 뛸 기회까지 제공된다. 현재 중학교,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도 유학생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폐쇄적으로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안 맞는다.
한치영 삼성생명 사무국장
당연히 좋다. 뭐든지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명확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만 잘 갖춰진다면 아마농구 활성화도 이뤄지고, 충분히 좋은 영향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손대범 KBS·KBSN 농구해설위원
대찬성이다. 우리나라는 귀화제도 자체가 너무 어렵다. 프레디(건국대) 같은 경우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귀화하기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라도 길이 열린 것이 다행스럽다. 이렇게 다양한 선수들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아마농구의 관심도 끌 수 있다. 경쟁의 폭도 넓어진다. 여러 가지 좋은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지욱 점프볼 편집장
국내 아마추어 관계자, 지도자들에게는 아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일단 선수 풀을 늘릴 방안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선수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이제 요즘 시대에 맞지 않고, 중고 농구 수준을 생각하지도 않는 의견이다. 농구 조금만 잘하거나 신체조건이 좋다는 이유로 ‘농구왕’ 대접을 받는 국내 중, 고, 대학 선수들에게 점프 좋고 화려한 기술을 가진 해외동포, 교포 선수들의 유입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점점 아마농구 저변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다. 사실 십수 년 전부터 이런 문제가 올 거라고 예상을 했다. 연맹과 대한민국농구협회가 고민을 통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찾아냈지만 효과가 미비했다. 요즘 추세가 학교에서도 체육 수업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체육 자체를 못하게 하니 선수 수급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방면으로 모든 문제가 엮여있다고 생각한다.
김성기 정관장 사무국장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의 합이 맞아야 한다고 본다. 또한 국가대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선수들의 지원 프로그램이 확실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성인까지 잘 관리해서 상징적인 인물이 나와야 한다. 이게 되지 않는다면 선수들을 방치하는 셈이다.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
무조건 초등학교가 탄탄해야 한다. 초등학생이 프로에 진출하기 위한 과정은 피라미드형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언젠가부터 다이아몬드형이 되어버렸다. 중간만 많다. 남자 초등학교 팀이 33개에 불과하다. 서울도 4개밖에 안 되고, 5명 채우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여자 팀들도 있다. KBL도, WKBL도 초등학교 농구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선수 몇 명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장학금 주는 건 사실 큰 도움이 안 된다. 농구단 창단을 위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로팀 차원에서의 지원도 활발해져야 한다. KCC는 KBL 시즌이나 아마대회 스폰서뿐만 아니라 청소년대표팀이 훈련할 공간이 없으면 체육관과 숙소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모텔만 전전하면 안 되지 않겠나. 대표팀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걸 느낄 수 있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도 저변 확대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한치영 삼성생명 사무국장
항상 주장한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움직여야 한다. 또한 이름 있는 대학들의 농구부 창단이 많아져야 한다. 서울에 이름 있는 대학교에 농구부가 생긴다면 더 많은 학생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구수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이런 경쟁으로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대범 KBS·KBSN 농구해설위원
교육 과정과 환경부터 시작해 너무나도 복합적이라 몇 줄의 코멘트로 무책임하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아이러니한 건 클럽을 통해 농구공을 잡는 학생들도 늘고 있고, 학교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는 여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들의 실력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이 결국 엘리트로 전환되어 쑥쑥 올라와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가 않다. 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요즘 애들~’이라고만 말하며 떠넘기는 것도 무책임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미래발전 계획도 일리가 있다. 뭐라도 해봐야 한다. 그 계획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합심해서 서포트해야 한다.
정지욱 점프볼 편집장
농구만의 일이 아니다. 스포츠동아 기자 시절 타 종목도 가보면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구기 종목은 축구 정도를 제외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다 유망주 자원이 고갈됐다. 한국 사회 자체가 체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 강의를 나갔는데 일주일에 체육시간이 1시간이더라. 이게 한국 체육의 현실이다. 그저 ‘공부를 방해하는 쓸데없는 수업시간, 형식적으로 있어야 하는 수업’ 정도다. 너무 많은 일을 헤쳐나가야 하겠지만 일단 체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전희철 SK 감독
농구인들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경기를 열심히 치르는 수밖에 없다. 행정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결국 프로농구의 인기가 높아져야 이를 보고 어린 나이부터 농구를 즐기는 인구도 많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농구 인기가 살아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지난 시즌에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주요 선수로 허훈, 이관희 등이 있었고 요인은 노출이었다.
방송을 비롯해 선수들이 꾸준히 대중들에게 노출되어야 한다. 우리 세대들의 인기가 많았던 것도 다른 게 아니라 방송 출연이었다. 프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유소년클럽도 활발해질 수 있다.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얘기고, 그렇다고 인기가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필리핀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서 자국선수들의 인기가 많은 게 아니다. 당장 1, 2년 사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
내 입장에서 특정 방안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전문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대화를 통해 좋은 방안을 찾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을 통해 완벽할 수 없지만 가장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과도기라고 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될 것 같다.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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