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하반기 쟁점]③ "5달러 스커트"…몸값 90조 숨은 복병 '쉬인 경계령'
'알테쉬' C커머스 하반기 공습 격화 예상 속 韓 대응 과제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쉿, 쉬인(SHEIN)이 온다."
660억 달러(약 91조 원) 몸값 글로벌 패션 리테일 기업 '쉬인'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중국계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시장에 선(先) 진출한 가운데 쉬인이 본격적으로 합류함에 따라 이른바 '알테쉬'의 공습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가품, 유해성 논란 등으로 다소 주춤했던 C커머스는 초저가와 할인 혜택 등을 확대하며 반등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6월 알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월 대비 0.8%, 테무는 3.3% 증가해 2, 3위에 안착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쉬인은 서브 브랜드 '데이지'(Dazy)를 공개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4월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지만 공식적으로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중국 난징에서 설립된 쉬인은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2021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옮긴 '싱가포르 워싱'(Singapore-washing) 기업으로 대표되고 있다.
중국 색깔을 빼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글로벌 패스트 패션 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하며 지난해 매출 450억 달러까지 끌어올린 쉬인은 최근에는 '리테일 기업'으로 전환하며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달 '쉬인의 주문형 모델이 성공한 비결'이라는 제목하에 "쉬인은 초저가의 트렌디한 의류로 패션 산업을 뒤흔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면서 "약 6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쉬인은 지난해 11월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추진했던 IPO를 영국과 홍콩 상장으로 선회한 가운데 기업가치는 9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WSJ는 쉬인의 성공 배경에 대해 공급망의 다각화(기술 마케팅)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주문형 소량 생산 모델 개척을 꼽았다.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고 취향(트렌드)에 맞춘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천 개의 공장과 계약을 맺어 물량을 선택적으로 소량 생산해 공급하면서 저렴한 가격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일 수만 개의 새로운 스타일을 생산하는 생산력과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해 수요를 빠르게 분석하는 기술, 다수 공급업체와 협업을 통한 보관 비용 절감과 재고 낭비 제한 등이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쉬인은 미국, 멕시코, 유럽, 브라질에서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출시해 패션과 뷰티의 강점을 넘어 광범위한 제품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Missguided와 Forever 21 등 현지 패션, 뷰티 브랜드 인수로 제조와 유통에 강력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쉬인의 경계 대상인 이유 중 하나는 알리, 테무와 다른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나선다는 점이다.
알리와 테무는 자사 플랫폼을 그대로 노출하며 오픈마켓 형태의 전면전인 반면, 쉬인은 서브브랜드(데이지)로 '쉬인'을 뒤로한 공략을 취한다. 또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알리, 테무와 출발점부터 차별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소비층과 다른 지점은 저가를 선호하지만 상품의 퀄리티도 중요하게 본다는 점"이라면서 "쉬인이 한국시장 진출에서 기존 상품보다는 고가 브랜드인 'DAZY'로 공략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6개월 전만 해도 한국 진출은 최전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 관련 패션 디자이너 수십 명을 고용해 한국에 맞는 패션 디자인을 빠르게 생산하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면서 "상장을 앞두고 K-패션 흥행을 타고 진출을 서두르는 점도 짚어봐야 할 지점"이라고 꼽았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매출 60조 원이 상징하는 것은 생산력과 노하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라면서 "쉬인이 가진 물류와 유통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쉬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응할 수 있는 전략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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