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하반기 쟁점]② 4高 늪에 고심…식품업계, 가격 인상 '눈치싸움'
정부 물가안정 기조로 생산비용 증가 부담 불구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高)에 해상운임 인상까지 더해지며 식품업계 내수와 수출입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 전쟁 장기화와 주산지 작황 부진, 이상 기후변화 등 글로벌 환경 악화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물류비, 인건비 등 추가 부담이 더해지면서 하반기 경영 환경 역시 녹록잖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월 117.7, 2월 117.4, 3월 119.0, 4월 119.3, 5월 120.4로, 3월 이후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특히 수입 비중이 높은 원맥, 콩, 옥수수, 카카오, 커피 등은 여전히 강세다. 수입 비중이 높다는 것은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5월 곡물 가격지수는 118.7포인트로, 전월(111.6포인트) 대비 6.3% 상승했다. 특히 국제 밀 가격이나 옥수수 가격 인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곡물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FAO는 2024~2025년 세계 곡물 수급에 대해 "세계 곡물 생산량은 28억4630만 톤으로 직전 대비 0.04%(110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두유, 유채씨유, 해바라기씨유 등의 가격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나 커피, 원유 가격 역시 상승세도 여전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원료) 선물 가격은 4일(현지시각) 기준 7803.23달러다. 지난달 7700달러 선에서 또다시 상승했다.
설탕 원료인 원당의 경우, 지난해 여름 원당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다. 올 초 설탕 가격지수는 135포인트로 5월 기준 117.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하 조치에 즉각 나서지 않은 배경으로는 통상 원재료 수급을 몇 개월 전에 확보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원당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물량을 확보했다 보니 하락세를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가격 인하 조치가 쉽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해상운임과 유가 인상에 따른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다. 해상운임의 경우, 홍해 사태 여파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해상운임이 연일 상승세다. 3월 이후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714.32로 4000선 돌파가 가시화 되고 있다.
해상운임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과 원재료 수입 등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국내 물류비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도 더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한 국제유가는 4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83.3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수급 불안 속에서 정부의 물가안정 동참으로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몇십원, 몇백원 가격 인상으로 실적 방어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데도 인상하는 것은 기업마다 생산비용(원재료+인건비+물류비) 한계치에 다다른 경우 불가피한 조치"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주요 식품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확대와 커피·코코아생두 수입 부가가치세(10%) 면세,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상향(10%p↑) 등 세제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제분업계 경영안정자금(4500억 원 규모), 식품기업 원료매입(968억 원) 지원 등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식품업계와 업계와 적극 소통해 나갈 방침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생산 제반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현실"이라면서 "원재료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치에 다다른 기업은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눈치싸움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발표할 때 ‘원재료 인상’을 언급하는데, 원재료는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포함된다. 수출 비용 증가 여파도 무관하지 않다"면서 "가격 인하 압박 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 혜택이 동반돼야 업계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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