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걱정 없으니 더 낳을 수 있었죠”…군간부 다둥이 많은 특별한 이유[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軍 특별활동 등 비용 지원 만족도 높아
민간 어린이집 대비 다자녀 가정 많아
[헤럴드경제(이천)=오상현 기자] “둥지가 안정되니 둘째도 낳을 수 있죠.”
최근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가 경기도 이천에서 운영하는 ‘리틀베레 어린이집’에서 5세 아이를 등원시키던 김창준(35) 육군 상사의 말이다.
김 상사는 올해 군복무 15년차 부사관이다. 9년 전 결혼해 5년 전 첫째아이를 얻었고 아직 돌이 안 지난 둘째아이가 있다.
김 상사는 “제가 나이로 보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딱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주변을 보면 대부분 결혼도 안 했다”며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안 낳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우선 집을 구하기 어렵고, 어떻게 해서 집을 구한다 해도 20~30년 대출금을 갚느라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며 “둘이 맞벌이하다보니 서로 만날 시간도 줄고 살기 팍팍해서 쉽게 아이 낳을 생각도 못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사는 군 동료들의 상황은 “180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인은 우선 어딜 가든 부대 근처에 주거가 보장되고 출산이나 육아 관련 정책적 지원도 많다”며 “제 주변에선 오히려 결혼은 했는데 아이가 없는 동료가 있으면 집에 무슨 일 있는 건지 걱정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5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최근 개원한 리틀베레 어린이집 온 부임한 김효남 원장도 김 상사의 말에 공감했다.
김 원장은 “지금 어린이집에 97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이중 한 가정에서 2~3명의 아이를 같이 보내는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다른 (직장)어린이집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높은 비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곳에서 원장을 맡기 전까지 15년 동안 직장어린이집에 있었는데 대부분이 1명의 자녀만 있었고 2명 이상의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5~10%밖에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군 어린이집 다자녀가구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주거 안정을 비롯해 육아 여건이 좋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개원한 리틀베레 어린이집은 건물면적만 990㎡로 단층짜리 건물 앞에는 건물보다 더 넓은 아이들 놀이시설이 자리한다.
부대에서 차로 2~3분, 700세대가 거주하는 군관사에서 3.5㎞거리로 10분 내 충분히 도착 가능하다.
일반 대부분의 직장어린이집은 현실적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입학금은 물론 원복, 가방 등 이른바 ‘잡부금’ 부담도 적지 않지만 군어린이집의 사정은 다르다.
김 원장은 “요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공간이 부족한데 여기는 개방적인 환경이어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놓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잡부금이 없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매일 진행되는 특별활동 비용도 마찬가지다.
영어수업과 체육활동, 음악활동, 코딩과 인공지능(AI)수업까지 특별활동으로 진행되는데 직장어린이집의 경우 과목당 3~5만 원가량을 부담해야하지만 이곳에서는 교재비용과 강사비용 모두 부대가 지원해준다.
체육대회나 견학, 현장학습비 등 각종 행사비용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어린이집에서 가정으로 지원도 한다.
김 원장은 “저희는 가정에서 책 읽어주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있는데 매주 책 한 권씩 보내드리고 있다”며 “어린이집이 아이의 가정을 지원한다는 것도 다른 어린이집과 다른 점”이라며 뿌듯해했다.
김 상사도 어린이집의 혜택을 체감하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그는 “리틀베레 어린이집 개원 전 관사 바로 앞 민간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작은 규모여서 연장보육이나 야간보육을 운영하지 않았고 부가비용도 들었다”며 “여러 지원과 함께 연장보육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곳의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사는 군과 부대의 육아 가정에 대한 배려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부대에서 제도적으로 하루에 2시간 정도씩 육아시간을 쓸 수 있게 보장해준다”며 “1시간씩 오전, 오후로 나눠 쓰거나 몰아 쓰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고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자녀돌봄휴가도 사용할 수 있다”고 부대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첫아이 임신을 좀 늦게 알게 돼 파병인원 선발을 급히 다른 인원으로 바꿔준 적도 있다”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건 아니었지만 임신기간 중 아내를 보살피고 출생과 초기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도록 부대에서 배려해 준 데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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